‘100년 나무’ 140그루 껍질 박박 벗겨낸 50대 “먹으려고”

by홍수현 기자
2025.07.03 13:40:58

인부 3명 동원해 싹 도려내
나무 소생 여부 불투명...응급처치 중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제주에서 최소 수령 70~80년 이상에 달하는 나무 140여 그루의 껍질을 벗긴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 140그루에 나무의사가 처방한 약제를 바르고 있다. (사진=서귀포시 제공)
3일 제주자치경찰단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0대 A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초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임야에서 후박나무 140여 그루 껍질을 무차별적으로 벗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17일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 제보로 알려졌다.

도자치경찰은 서귀포시와 함께 현장 조사를 거쳐 피해 규모를 확인해 수사에 착수했다.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과 탐문수사를 통해 지난달 27일 A씨를 검거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임야에서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에 치료 목적의 황토가 발라져 있다. (사진=제주자연의벗 제공)
A씨는 1차 조사에서 혐의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3명과 함께 박피 작업을 했고, 판매 목적은 아니었다. 내가 먹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박나무 껍질은 한약재로 사용된다. 품질에 따라 100g에 2000원~3만 3000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처음 알린 환경단체 ‘제주 자연의 벗’에 따르면 박피된 후박나무는 둘레길이(흉고) 70~280㎝·높이 10~15m의 거목이다. 상당수가 최소 수령 70~80년으로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나무도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껍질이 벗겨진 고목들 (사진=JIBS 캡처)
서귀포시는 나무의사를 통해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에 황토와 살균제, 영양분을 섞은 약제를 박피된 후박나무 140그루에 도포했다. 나무의 회생 여부는 작업 후 한두 달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나무는 껍질을 벗길 때 형성층의 체관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고사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체관이 떨어지면 잎에서 만들어진 영양분을 뿌리로 보낼 수 없어서다.

현행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산림 안에서 입목을 손상시키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여죄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