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남은 의사에 “누가 낳았냐” 부모 욕…결국 ‘경찰 수사’ 의뢰
by권혜미 기자
2024.12.02 22:50:17
서울 수련병원 일반의 A씨,
의사 커뮤니티 ‘집단린치’ 폭로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글 게재
복지부, 경찰청에 수사 의뢰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의사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의료대란 속 현장에 남아 근무하는 의사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진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게시글을 확인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피해 의사) 본인도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돼 있지만 신속한 수사 착수를 위해 복지부 차원의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 중인 A씨는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특정 익명의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해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 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공개한 게시글에는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냐” “너희 부모는 못 참아서 너 같은 걸 낳았냐”, “이런 건 또 누가 낳았냐”는 등 부모까지 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이유로 지난달부터 일반의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부터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A씨의 출신 학교, 소속, 이름 초성 등이 공개되면서 무차별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의료계 커뮤니티가 과도한 익명성을 빌미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해결을 요구했다.
실제 A씨는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특정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조사 및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에 관한 청원’을 등록했다. 해당 청원은 100명 이상이 동의했다.
A씨는 “저는 매주 올라오는 게시글을 통해 조롱당하며, 지금도 극심한 모욕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활동한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특정하고 법적 도움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복지부는 해당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수사 의뢰와 함께 익명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및 협박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