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23.11.02 17:51:28
장기물 금리 급등에 금융여건 긴축…소방수 나서
파월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주의…통화정책에 영향"
재무부도 장기채발행 속도조절로 국채시장 진화
10년물 국채금리 장중 4.713%…20bp가까이 급락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정남 기자] “여름 이후 장기국채 금리(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 금융 여건의 지속적인 변화는 통화정책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례적으로 시장에 비둘기(긴축 완화) 신호를 내보냈다. 1일(현지시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이후 그는 기자회견에서 줄곧 ‘매파적 동결’ 기조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금융 여건의 긴축으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금융 여건이 분명히 긴축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와 가계, 기업이 지불하는 차입 비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채금리 상승을 비롯해 달러화 강세, 주가 하락 등 광범위한 금융시장 여건이 향후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돌면서 금융 상황은 긴축적으로 변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8%를 훌쩍 넘으면서 주택시장은 둔화하고 있고,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1970년 2월 출범 이후 최근 70번째 조정장(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에 진입했다.
실제 국채금리 급등은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못지않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인상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던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초 “장기 금리가 높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으로 인해 계속 상승한다면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고, 이후 시장은 금리 인상이 더이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준도 결국 이를 인정한 것이다.
시장은 금리 동결 가능성을 대폭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의 80.2%는 12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전날 68.9%보다 높아졌다. 이후 내년 1~3월 인상 가능성은 25%를 밑돌고 있다. 사실상 추가 인상은 끝났다는 평가다.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의 시마 샤 수석전략가는 “금융 여건을 강조한 것은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의향이 거의 없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고 경제성장률이 거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필요하면 다시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조는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는 “몇 달간 좋은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쌓기 위해 필요한 시작일 뿐”이라며 “인플레이션 하락세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까지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