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맺은 '조어대' 30주년 행사…시진핑 "방해 배제해야"(종합)

by신정은 기자
2022.08.24 20:51:47

한중 외교수장 각각 참석…정상 축사 대독
한중 관계 30년간 급속발전…무역 47배 늘어
10년전 시진핑 부주석 참석…‘급’ 하락 논란도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베이징 특파원 공동취재단] 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800년 역사의 황실 정원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 지난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서명식이 열린 이곳에서 30년만에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이 열렸다. 양국 정상은 지난 30년간의 발전 역사를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협력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을 전했다.

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에서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제 4차 전체회의 겸 공동보고서 제출식에 왕이(오른쪽에서 여섯번째) 중국 외교부장과 정재호(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주중국한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 사진=베이징특파원단
주중한국대사관과 중국의 인민대외우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식에는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주빈으로 참석했다. 왕 부장은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의 축사를 대독했다.

시 주석은 “저는 중한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요시하고 윤 대통령님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양국관계의 더 아름 다운 미래를 열고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한 관계가 이러한 눈부신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양측은 긴 안목을 견지하고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며 양자관계에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적 내실을 불어넣기 때문”이라며 “이 모든 값진 경험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오래도록 견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은 “(윤석열) 대통령님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 양측이 큰 흐름을 잡고 방해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의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고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방해를 배제한다는 것은 미국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왕이 부장은 별도의 축사에서 “우리는 일관되게 초심을 고수하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며 “각자의 사회 제도와 발전 노선을 존중해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끊임없이 잘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함께 반대하고 자유무역 체계를 함께 지키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성과 원활함, 개방성과 포용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댜오위타이는 황제가 낚시를 했다고 해서 ‘황제의 조어대’로 불린다. 중국 공산당은 신정부를 설립한 지 11년 만인 1959년 이곳에 국빈관을 건설하고, 외국 국가원수와 정부 고위급 관계자를 맞이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30년전 한중 양국은 이곳에서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며 협력 파트너로 거듭났다.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주한 주중국대사관 주최로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같은 기념식이 열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박진 장관과 왕이 부장은 한국 시각 오후 6시에 서울 플라자 호텔과 베이징 댜오위타이 현장을 화상으로 연결하는 ‘한중관계 미래발전 위원회’ 공동보고서 제출 행사에도 각각 참석했다.

24일 정재호(왼쪽) 주중대사과 왕이(오른쪽) 외교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단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를 맺은 이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 특히 한중 무역은 30년 간 47배 성장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 한국은 중국의 3위 교역국이 됐다. 한중 외교 관계는 지난 2008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중 관계는 30주년을 맞아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안보·경제 분야의 도전을 맞아 새로운 발전의 기로에 놓였다.

올해 30주년 행사에 외교 수장이 참석해 정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10년전 베이징에서 열린 수교 20주년 행사에는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내정됐던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주빈으로 참석했다. 행사 장소도 베이징의 대표 건물(랜드마크) 중 하나인 궈마오(國貿) 중국대반점(中國大飯店,중궈따판뎬)에서 인민대회당으로 급히 옮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행사에는 부장급(장관급) 8명을 비롯한 중국측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의 차기 지도부가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강하게 보여줬다.

최근 한중 간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주빈의 20주년 때보다 ‘급’이 낮아진데 대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국 관계 악화 속에 정상급 등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6월 한일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했잠, 막판 물밑 협상을 통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에서 각각 상대국 대사관이 주최한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우의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홍콩을 제외하고선 본토 밖을 벗어난 적 없으며 중국 지도부가 국제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드물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행사에는 중국과 한국 측에서 내빈 각각 1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은 과거 수교 정주년 행사마다 대체로 부총리급 인사를 보낸 만큼 국무위원이기도 한 왕 부장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란 평가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워낙 중시하는 만큼 지도자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엄격하게 제한되어있다”며 “수교 20주년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이상옥 외무장관과 중국 첸치천 외교부장이 1992년 8월 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서’를 교환한 뒤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모습. 사진=국가기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