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망사용료법’ 의결 보류…공청회 열기로

by노재웅 기자
2022.04.21 19:26:28

과방위 법안소위서 의결 보류, 공청회 개최 여야 합의
단통법 개정안 전원 ‘반대’…OTT는 세제지원 길 열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김영식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가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이른바 ‘넷플릭스법’으로도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논의에 올랐지만 법안소위를 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은 공청회를 열고 해당 법안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망사용료 관련 개정안에 대해 논의 끝에 의결 보류했다.

그동안 과방위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총 6건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이 각각 발의했다.

국회에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망사용료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과 자체는 보류됐으나 신중한 입법화를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자는 데 과방위 여야 의원들이 합의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냈으나 국내 사업자 역차별과 망중립성 적용 문제, 자유계약 원칙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청회를 연 이후 재심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 의원의 말에 동의하면서 “자유계약 원칙을 훼손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역차별의 근거가 될 위험성도 있어 논의할 지점이 많다.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한 원칙과 근거도 제시돼야 하는데 근거 없이 요금을 내라는 주장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망사용료법은 공청회로 의견을 취합한 이후 다시 과방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사위 심사 등을 거쳐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국회 법안소위가 열리기 전 미국 정부와 기업은 우리나라의 입법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간한 ‘2022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지난해 여름 여러 국회의원이 콘텐츠사업자(CP)가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국제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입법부의 노력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는 거텀 아난드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이 20일 유튜브 한국 블로그에 입장문을 내고 “한국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입법화된다면,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고,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의 성공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저해할 수도 있어 안타깝다”며 투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난드 부사장은 또 “본질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업체에 이중으로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함께 상정됐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 역시 심사 끝에 보류됐다. 이날 상정된 단통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윤영찬·정필모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과 정부안 등 3건이다.

윤영찬 의원 안은 불법·차별 장려금 방지가 골자다. 정필모 의원 안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지원금과 장려금 지급 내역을 실시간 전자 처리방식으로 1년간 관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해당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가 제출한 법안은 대리·판매점의 추가지원금 한도를 현행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정부안은 의원 모두 만장일치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과방위 관계자는 “추가지원금을 한도를 상향하면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 자체를 줄이고 이용자 차별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세제 지원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의결됐다.

정부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OTT 사업자를 특수유형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하는 안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로 규정한 안을 절충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정의를 법상 신설하는 형태로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 OTT 지원 관련 별도 조항을 두면, OTT 업체가 자체 영상 콘텐츠 제작 시 세제지원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케이블TV가 IP망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중립성을 도입한 방송법 개정안 역시 수정 의결됐다. 또 스미싱 범죄 예방, 규제 샌드박스를 위한 법안 등이 각각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