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습격에 백신 보릿고개까지…경기 회복 `먹구름`

by최정희 기자
2021.07.07 16:19:48

코로나 4차 유행 초입…일일 확진자 수 반년 만에 1000명대
백신 공급 부족에 7월 중순까진 '접종률' 증가 속도 둔화
심리 위축·소비진작책 불발…소비경기 더 둔화할 수도
일부선 "학습효과 생겼다"지만…금리인상에 영향 줄 수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개월만에 1000명대를 기록, 4차 대유행 초입에 들어서자 회복세를 타던 우리나라 경제에도 비상등이 커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바이러스(이하 델타)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가을께는 델타가 우세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백신 접종 속도마저 둔화되고 있어 소비 회복세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차 접종 0시, 2020년 12월말 주민등록 인구현황 5134만9116명 기준 (출처: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212명을 기록해 올 1월 4일(1020명) 이후 6개월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델타로 확진을 받은 감염자 수는 누적 기준으로 약 400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델타 집단 감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변이 집단 감염 9건 중 5건이 델타였다. 델타는 전염력이 일반 코로나19에 비해 1.6배 강한 데다 1차 백신 접종자의 경우 예방 효과가 30%에 불과해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변이 여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무작위로 추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하기 때문에 일반 확진자 중에도 델타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백신 공급 부족에 백신 접종률마저 6월 중순부터 보름여간 29%대를 유지하는 등 접종률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델타 출몰에 정부에선 수도권 거리두기 지침(5인 이상 집합 금지, 10시까지 영업)을 또 다시 일주일 연장키로 했다.

델타가 가을에 우세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델타로 인해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비를 위축시킬 최대 변수다. 특히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량(최근 5년 평균 47.7%)을 차지해 소비 둔화가 4%대 경제성장률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1.8% 감소, 2월(-0.9%) 이후 석 달 만에 감소세를 보였고, 서비스업 생산도 대면 서비스업 부진으로 전월비 0.2% 감소, 1월(-0.1%) 이후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재난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외출복 등 준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매판매가 감소했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 소비가 어려워지면서 성장률에는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4차 대유행이 정부의 소비 진작책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으로 8월 말 백신 접종률 50%를 달성할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쓸 수 있는 1500억원 어치 할인 쿠폰, 바우처(교환권)를 순차적으로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접종률이 달성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 경제활동이 제약돼 소비 쿠폰 발행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출처: 통계청)
관건은 델타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할 때 작년 1, 2차 확산 만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인 지 여부다. 이는 코로나19 학습 효과, 이에 따른 사람들의 행동 변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1, 2, 3차 확산 때보다는 백신 보급이 확대됐고 사망자 수도 줄어들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과거보다 덜하다”고 평가했다.

백신 보급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5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백신 접종률이 1차 기준 68%로 높은 편이기 때문인지 하루 입원자 수가 300명대 가까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사망자 수는 30명 안팎으로 수준으로 델타 확산 이전과 유사했다. 이 때문인지 19일부터 거리두기 규정 등을 철회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1차 백신 접종이 이번 주부터 재개되면서 접종률이 소폭 오르고 있지만 6월 초 일일 50만~80만명 맞았던 것에 비해 최근엔 3만~4만명만 맞고 있어 접종 속도가 과거 대비 빠르진 않은 편이다. 다만 7월 셋째 주에는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이 들어오면서 공급이 확대되면 8월 말 접종률 50%, 9월 말 70%의 정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백신 물량이 적은 시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도 “백신만 공급되면 정부 목표대로 접종률 달성이 가능하고, 그러면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속도에는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직까진 한은이 이르면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포함, 내년까지 총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규철 실장은 “경기가 안 좋아지게 되면 한은이 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