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안됐는데 ‘돔구장역 신설’ 발표한 유정복…시민 혼란

by이종일 기자
2022.08.10 17:21:50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 전 유튜브서 발표
인천시 결정 안한 사업 '추진 확정'처럼 소개
경제청 가능성 타진 중…못하면 어쩌려고
유 시장 "인천시가 할 계획 분명히 한 것"

유정복(가운데) 인천시장이 6월29일 당선인 신분으로 유튜브 방송 유정복TV에 출연해 청라 돔구장 사업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유정복TV 캡처)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당선인 시절에 유튜브 방송에서 서구 청라 돔구장 옆에 전철역이 생긴다고 발표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인천시가 결정하지도 않은 사업의 추진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가 안된 상황에 유 시장이 미리 발표해 시민은 혼란에 쌓였다.

1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유 시장은 지난달 29일 당선인 신분으로 유튜브 채널 ‘유정복TV’에 출연해 청라 돔구장 전철역 신설을 언급했다.

당시 유 시장은 유튜브 동영상 스트리밍 시작 후 12분50초쯤 되자 개그맨 이혁재·최국씨와 야구, 신세계 등의 얘기를 하다가 “신세계 얘기가 나왔으니까 요것도 정보가 될 수 있으니까”라며 “인천 청라에 돔구장은 확실하게 들어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돔구장이 생기는 것과 함께 거기 7호선 연장이 되는데 거기에 역사도 새로 생긴다”며 “중요한 정보를 드리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유 시장의 발언은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연장선(석남역~청라국제도시역) 구간에서 돔구장 주변으로 역사 신설이 추가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돔구장역 신설 사업은 아직 인천시가 결정하지 않았다. 현재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민간사업자 등과 협의하면서 재원 확보 방안, 역사 위치, 사업 시기 등을 검토하고 추진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유정복 시장.




인천경제청은 역사 신설에 필요한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경제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업체의 재원 마련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 중이다. 또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청라 스타필드 돔구장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 역사 신설 사업을 했다가 돔구장이 들어서지 않으면 역사 이용자가 줄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도 안된 사업을 유 시장이 취임 전 발표한 것을 두고 시민들은 돔구장역이 정말 생기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라에 사는 김모씨(36)는 “유정복TV를 보면 돔구장에 7호선 역사가 생긴다고 했는데 인천시는 현재 아무런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돔구장을 만들려면 역사 신설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 확실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돔구장 부지는 서울7호선 청라국제도시역에서 1.2㎞ 거리에 있다. 돔구장 주변에 역사 신설이 안되면 왕래가 불편할 수 있다. 교통이 불편하면 돔구장과 스타필드, 인근 의료복합단지 방문객이 줄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시나 인천경제청은 역사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철역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유 시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유 시장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돔구장 추진은 합의된 사항이다”며 “(유정복TV를 통해) 돔구장 역사 신설은 인천시가 할 계획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원 분담 문제 등이 있어서 그것을 확인해 공식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다음 달 역사 신설 추진 여부가 정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2020년 7월 청라 스타필드(복합쇼핑시설) 조성 사업을 착공했고 스타필드 안 돔구장 건립 구상에 따라 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 연말에는 돔구장 설계를 완료하고 스타필드 건축 인허가 변경 신청을 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돔구장 부지 주변에 전철역이 들어서면 환영할만한 일이다”며 “돔구장은 꼭 건립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