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순이익 500% 증가…이유 봤더니

by노희준 기자
2021.08.11 18:12:20

상반기 2조2253억원 개별 기준 잠정 순이익
지난해 상반기 3693억원에서 6배로 급증
HMM CB 전환익 1.8조, 대우조선 주식 0.5조 평가익

자료=금융감독원, 단위=억원, 개별 기준, 2분기 잠정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상반기 산업은행이 1년 새 500% 넘게 증가한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HMM(011200)(구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기업과 관련한 일회성 이익 덕을 톡톡히 봤다.

11일 금융당국 및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개별기준 상반기 2조2253억원의 잠정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에 1조4547억원의 순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 7706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번 산은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693억원의 순이익에 비하면 6배로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 한해 순이익 4875억원에 견줘도 4.56배로 불어났다. 최근 5개년 실적 중에 2018년 기록했던 2조5000억원 규모의 순이익 이후 최대 실적이다. 산은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서 인식했던 주식손상 비용 일부가 환입되면서 2조509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HMM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꾼다는 전환권을 행사하면서 발생한 1조8000억원 가량의 전환이익이 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됐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다.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평가이득이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앞서 산은은 지난 6월 28일 3000억원 규모의 HMM CB를 전환가 5000원에 6000만주의 주식으로 전환했다. 해운업 업황이 좋아져 HMM 주가가 4만6000억원 넘게 오르는 상태에서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종료일 6월 29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그달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환하면 당연히 이익이 발생하는데, 그걸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이날 HMM 6000만주를 당시 종가 4만43000원에 장부가 2조6580억원(6000만주X4만43000원)으로 취득했다. 산은이 보유했던 HMM CB의 2020년 말 장부가는 8415억원이었다. 이 두 장부가의 차이(2조6580억원-8415억원)가 산은의 HMM 전환이익(1조8165억원)이다. HMM은 자금 확보를 위해 2016년 12월 30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고 산은은 자금 지원 목적으로 이를 인수했다.

이와 함께 산은은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5000억원의 평가이익도 챙겼다. 산은은 1분기말 대우조선해양 지분 55.68%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대우조선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지분이다. 산은은 한국전력의 배당 수익으로도 3000억원을 챙겼다. 산은은 정부의 현물 출자 등으로 한전 지분도 32.9%를 지닌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