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불확실성 증명한 1분기…국제유가 파고에 '멈칫'

by남궁민관 기자
2018.05.10 15:21:18

(자료=각사, 에프엔가이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실적 고공행진을 달리던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불안한 국제정세에 따라 유가는 예상을 빗나간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원화강세에 따른 환율하락까지 겹치며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은 것. 문제는 올해 이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총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2017년 1분기) 2조2705억원, 전분기(2017년 4분기) 2조2442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해 큰 폭 뒷걸음질 친 모습이다.

15일 실적발표가 예정된 SK이노베이션(096770)을 제외한 3사 가운데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인 곳은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807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52% 감소)났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S-OIL(010950))은 23.4% 감소한 영업이익 2555억원, 현대오일뱅크는 11.6% 감소한 3138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증권가가 예상한 SK이노베이션 1분기 영업이익 8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한해 국내 정유업계가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누렸다는 점에서 ‘기저효과’에 따른 상대적 부진일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 뿐 아니라 특히 국제유가의 변동이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미 1분기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감소, 정제마진 하락 등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가시화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실적을 가름하는 것은 정제마진으로,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국제유가나 환율의 등락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국제유가의 경우 이미 시장 예상치인 셰일오일 밴드(배럴당 45~60달러)를 넘어선 70달러를 기록 중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미 예상을 벗어난 국제유가의 향방에 따라 수요 역시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것.

국제정세에 따라 국제유가가 7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중기적으로는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응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축소 우려로 유가가 급작스럽게 상승하면 정제마진은 악화된다”고 진단했고,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강세는 단기적으로는 중립 또는 긍정적이나, 장기적으로는 수요에 부정적”이라고 봤다.

국제유가가 하향 반전하더라도 속도가 문제다. 빠르게 떨어지는 국제유가는 각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수요 역시 관망세로 태도를 전환하며 정제마진도 하락할 수 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드라이빙 시즌 돌입 등 계절적 성수기로 당분간 수급 상황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금리 인상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예년만큼 좋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