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韓보다 우위…시간 압축해 '명품 특허'로 승부"
by조민정 기자
2025.07.02 14:44:21
'배터리 인사이트 콘퍼런스 2025' 기조강연
K배터리 점유율↓…"韓 우위라 말하기 어려워"
LG엔솔 "시간도 중국편…AI/DX, R&D로 효율성↑"
韓도 '가격 우위' 필수…SK온 "셀·팩 가격 낮춰야"
[청주=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더 이상 한국 배터리가 가격과 기술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 배터리가 기술 우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373220)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는 2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배터리 인사이트 콘퍼런스 2025’ 기조강연에서 K배터리의 현주소를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까지 겹치며 K배터리의 위상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김 전무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정말 기술 혁신을 해야 한다”며 “‘명품 특허’라고 부르는 대체 불가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373220)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가 2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배터리 인사이트 콘퍼런스 2025’에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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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기술의 도약, 미래를 충전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차세대 이차전지의 기술 발전과 투자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김제영 전무는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기술 및 특허 전략’을, 김태경 SK온 차세대배터리실 실장 부사장은 ‘미래를 상상하며 함께 나아가다’를 주제로 각각 연설에 나섰다.
김제영 전무는 중국에 뒤처진 요인을 두고 “전기차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중요한 게 가격인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자사의) 계획이 늦었다”며 “인지를 못한 건 아니지만 대응 방식이 중국 기업들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은 리튬인산철(LFP)을 기반으로 저가 시장을 공략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뤘다. 그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은 한국과 일본이 이미 선점했기 때문에 중국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조금 더 절실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국내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현황.(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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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배터리 3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반면 닝더스다이(CATL), 중촹신항(CALB), 비야디(BYD), 이브(EVE), 고션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시장을 제외한 국내 3사(LG엔솔·삼성SDI·SK온)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1년 56.1% △2023년 48.6% △2025년(1~4월) 39%로 나타났다. 중국 시장을 포함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EV),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판매 실적을 보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16%로 전년(24%) 대비 8%포인트 떨어졌다.
김태경 실장 또한 “친환경 정책이나 기술 혁신 등 헤게모니 경쟁 차원에서 모두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캐즘이 발생한 현상도 크게 보면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이기 때문에 배터리 등 기타 부품을 저가로 확보하는 게 완성차 업체의 니즈”라고 설명했다.
| 김태경 SK온 차세대배터리실장 부사장이 2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배터리 인사이트 콘퍼런스 2025’에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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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사는 ‘비용 절감’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기술 개발은 물론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 등으로 시간마저 중국의 편인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을 똑같이 쓰기보단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김제영 전무는 △기술 혁신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글로벌 연구개발(R&D) △지식재산권(IP) 등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김 전무는 “기술 혁신, AI·DX, 글로벌 R&D로 시간을 압축하고, 이를 IP로 축적해야 한다”며 “특히 IP는 중국의 신생 업체들과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SK온은 △더 길게(longer) △더 빠르게(faster) △더 안전하게(safer) 등 세 가지로 나눠 전략을 구상했다. 김태경 실장은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개선이 가능한 셀투팩(CTP)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며 “제품 성능과 고객 신뢰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R&D 제조 공정, 품질 관리에서 AI를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용을 절감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여 전체적으로 셀과 팩 가격을 낮추고, 북미 시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손익분기점(BEP) 달성하는 게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하이 니켈뿐 아니라 고전압 미드니켈, LFP 등을 추진하며 차세대 배터리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