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앞두고 택배·재난지원금 ‘스미싱’ 극성…“속지마세요”
by정두리 기자
2022.01.20 22:00:00
10건 중 9건 가까이 택배 스미싱
코로나發 지원금 사칭도 확산세
“지원금신청, 전화·문자로 안 받아”
정부 “부처간 협업해 단속 강화”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직장인 정모(45)씨는 며칠 전 ‘주문한 상품이 OO 택배에서 배송되었으나 주소가 확인되지 않아 반송되오니 주소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설 명절을 앞두고 으레 지인으로부터 온 택배라 여기고 문자메시지 속 인터넷주소(URL)를 누르려던 정씨는 링크 주소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직접 택배사로 전화해 확인한 결과 스미싱 문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스미싱이란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새로운 휴대폰 해킹 기법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쭈꾸미집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코로나19 지원금을 빌미로 오는 사기 문자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에도 ‘귀하는 국민지원금 신청대상자에 해당이 되므로 온라인센터 URL에서 지원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역시나 스미싱 문자였다. 김씨는 “코로나로 장사도 안되는 마당에 걸핏하면 날라오는 사기 문자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 배송을 사칭한 스미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을 노리는 재난지원금 신청을 사칭한 스미싱도 여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일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감독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택배) 배송 확인, 코로나19 관련 손실보상금, 피해회복 특별대출 등 다양한 문구를 활용한 스미싱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이 집계한 스미싱 유형별 신고(접수)·차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스미싱 신고(접수)·차단 건수는 총 20만 2276건이다. 이 중 설 명절 등 택배를 많이 주고받는 시기를 악용한 택배사칭 스미싱(17만5753건)은 전체의 87%에 달했다. 스미싱 신고 10건 중 9건 가까이 택배사칭인 셈이다. 이어 공공기관사칭(1만6513건·8%), 기타(9985건·5%) 순으로 나타났다.
택배 사칭 문자메시지의 주요 유형은 ‘미수령 택배가 있습니다. 앱다운 설치 후 확인해 주세요’, ‘OO님 설 명절 선물로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확인바랍니다’ ‘설 선물 50% 할인쿠폰 지급완료! 즉시 사용가능! 확인’ 등으로 다양하다. 악성 앱 주소를 함께 보내 클릭하도록 유도한다. 클릭을 유도하는 이른바 ‘미끼문자’를 대량으로 전송해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금전적 피해를 유발하는 식이다. 직장인 한모(36)씨는 “주변에 사기 문자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는 걸 보고 이제 남 일 같지가 않다”면서 “가족 모두가 피싱 차단앱을 깔았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손실보상금, 피해회복 특별대출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는 중으로, 이를 악용한 스미싱도 적지 않다.
실제 정부 지원금을 미끼로 한 스미싱 피해 사례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트레이너 겸 방송인 양치승씨도 지난달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해 회복 지원 정책자금 신청 안내’라는 제목의 문자를 공개하며 “영업제한 때문에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데 때마침 오전부터 문자가 왔다”며 “요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점을 악용, 국가의 정책 지원인 것처럼 교묘히 속이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 글엔 스미싱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정부는 각종 지원금 신청을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받지 않으며 신분증 등 개인정보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이를 요구하는 행위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도 계속하고 있다. 부득이 내용 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지원금 지급 관련 정부 기관에 직접 확인을 해 줄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관계 부처간의 협업을 통해 스미싱·보이스피싱 단속 강화를 중점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와 KISA는 설 연휴기간 동안 스미싱 유포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악성앱 유포지 차단 등 신속한 조치를 통해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협력해 각 통신사 명의로 ‘스미싱·보이스피싱 주의문자’를 순차 발송할 계획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설 명절 기간 동안 각 고객들에게 보이스피싱 예방홍보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경찰청은 경찰청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인 ’사이버캅‘을 통해 예방 수칙·피해 경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설 명절 연휴 기간 전후로 발생하는 스미싱, 직거래 사기 등 서민생활을 침해하는 사이버범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사이버범죄 피해를 입었을 경우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이용해 신고를 접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