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꼬인 매듭 풀린 사립유치원…유치원3법 처리가 `마침표`
by신하영 기자
2019.03.05 16:36:53
아이 볼모로 실력행사 나섰던 한유총 법인지위 상실
유치원 3법 통과돼야 ‘원장 쌈짓돈’ 형사 처벌 가능
학부모단체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60%로 올려야”
| 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이 개원 연기를 발표한 가운데 4일 오전 개원연기에 참여하지 않은 서울 수암초 병설유치원에서 원생들이 등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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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아이들을 볼모로 실력행사에 들어갔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조건 없이 이를 철회하면서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유총이 집단휴업을 시도할 때마다 타들어갔던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교육계에서는 이참에 유치원 3법의 국회 통과로 마침표를 찍어야 유치원 개혁이 완성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5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날 개학연기 투쟁에 들어갔던 사립유치원 239곳을 점검한 결과 모두 정상화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유총도 전날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투쟁 철회를 선언했다.
한유총은 정부의 강경대응에 하루 만에 개학연기를 접고 백기 투항했지만 존폐 위기를 맞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5일 법인설립 취소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주무관청이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유총이 법인 지위를 박탈당하면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라는 대표성을 잃게 된다. 교육당국과 협상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회원들의 대거 이탈도 예상된다.
사립유치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본격 부상한 시점은 2012년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누리과정(무상 유아교육) 지원 대상을 만 5세에서 3·4세로 확대하면서 거액의 국고가 사립유치원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1조8341억원에 달한다. 정부 지원은 늘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미진했다. 매년 2조원에 가까운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한유총의 집단 반발에 막혀 무산된 탓이다.
지난 2017년에는 한유총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완화와 누리과정 지원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당시 한유총은 주말동안 집단휴업·철회·강행 등 입장을 세 차례 번복하며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교육부는 강경대응보다는 한유총 회유에 나섰고 국회 또한 유치원 개혁 입법에 소극적이었다.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교육당국과 국회가 이처럼 문제를 봉합하는데 급급해왔던 탓이다. 김한메 전국유치원 학부모 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이 가라앉은 다음 한유총이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아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와 집단행동을 원천 차단할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교육계에서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사립유치원 개혁의 마침표로 보고 있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말 연내 처리가 무산된 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상정됐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채택되면 상임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이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장 330일이 걸린다. 최악의 경우 8개월 이상 뒤인 11월22일에나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유치원 3법은 교비를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토록 한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유치원 설립자가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부담금을 모두 한주머니로 관리하면서 남은 돈을 개인 쌈짓돈처럼 쓸 수 있었다. 유치원 3법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국고보조금으로 전환, 교비 횡령·유용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안에 반대하면서 바른미래당안이 중재안으로 올라갔다. 중재안은 민주당안에 비해 처벌조항이 약한 게 문제다. 유치원 교비를 횡령해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만 받으면 된다. 또 처벌조항의 시행시기를 법 공포 후 1년이나 유예한다는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위원은 “중재안은 사립학교법이나 형법에 비해 교비 부정사용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라며 “처벌조항을 중재안보다 강화한 수정안으로 국회 처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공립유치원 확충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공립유치원 수가 늘어야 아이를 볼모로 한 사립유치원들의 안하무인 식 집단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교육부는 10월 지난해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오는 2021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5.4%(17만2370명)에 불과하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잃은 만큼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목표치를 40%에서 6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사립유치원의 교비 불법집행을 막기 위해서는 유치원 3법의 신속 처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