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현대카드 등 대주주적격성 심사 정기적으로 받는다(종합)

by문승관 기자
2015.04.28 19:08:08

지배구조법 개정안 통과
특수관계인 뺀 최대주주 1인
1년이상 실형땐 의결권 제한
금융사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이데일리 문승관 정다슬 강신우 기자] 삼성생명과 화재, 현대카드 등 그동안 느슨한 규제를 받아온 2금융권 회사가 주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는다. 또 대주주가 1년 이상 실형을 받으면 의결권이 제한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8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지배구조법)을 처리했다. 지난 2012년 6월 정부가 발의한 후 3년 만이다.

이 법안을 두고 여·야간 논란이 일었던 대주주의 범위와 처벌 수위는 대폭 낮아졌다. 대주주 부적격 범위에서 ‘횡령·배임’이 배제됐고, 주식처분명령권도 빠졌다. 2금융회사는 ‘그나마 다행’이라며 법 적용에 대한 준비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금융당국이 모든 금융회사의 대주주에 대해 정기적으로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자격에 미달하면 시정명령이나 의결권 제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법안 통과로 현재 은행과 은행지주, 저축은행에만 시행하는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다.

그동안은 은행과 저축은행만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카드·증권·보험사 등은 처음 회사가 설립될 때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았다.

그동안 재계에서 줄기차게 반대해온 부분은 상당히 빠졌다. 우선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할 대주주의 범위는 최대 주주 1인으로 제외됐다. 그동안 야당은 대주주의 범위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역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적용하기로 했다. 단, 공정거래법은 1년 이상 실형이 확정된 경우에 적용된다. 또 야당이 주장하던 특수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적용하지 않도록 해 최대 주주가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받아도 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식매각권도 빠졌다. 애초 금융위원회는 대주주가 3년 이상 징역형을 받고, 대주주 때문에 금융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주식처분명령까지 내릴 것을 제안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적격성 심사요건을 위반한 대주주에 대해선 주식을 처분하도록 하고 이행강제금과 형사 처벌까지 할 것을 주장해왔다. 재계에서는 주식처분명령권을 적용하면 그룹 계열사 전체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금융위는 대주주가 부적격 판결을 받으면 시정조치를 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일정 기간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면서 삼성·한화 등 주요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계열 금융사의 지배구조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들 금융사는 내부적으로 법에 맞도록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형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법안 통과에 대비해 관련 부서에서 법안 해석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안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TF를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 통과로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시장에서 항상 저평가 받는 가장 큰 원인은 지배구조”라며 “지분을 쥐꼬리만큼 가진 대주주가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최악의 지배구조 때문에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벌 금융계열사의 문제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라며 “법으로 대주주의 적격성을 정기적으로 심사하고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도록 조치한 점은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