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고유황유, 가격 차 2년 새 최고…HMM 선택 빛 봤다

by박순엽 기자
2022.04.11 17:04:47

지난 3월 저유황유-고유황유 격차 t당 270달러
선박 83% 스크러버 설치한 HMM '상대적 유리'
“최근 유가 매우 높아 상황 예의주시하고 있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저유황유 가격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서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저유황유가 난방·발전용으로 쓰이던 천연가스의 대체 수요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황유 가격이 고유황유 가격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그동안 보유 선박에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해 온 HMM(011200)의 선택이 상대적으로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위=톤당 달러, 자료=알파라이너
11일 프랑스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r) 등에 따르면 저유황유(초저유황선박유·싱가포르 VLSFO 기준)의 지난 3월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79.1% 오른 톤(t)당 906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t당 500~600달러 안팎을 유지하던 저유황유 가격은 지난 2월 t당 729달러를 기록한 뒤 재차 상승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고유황유(싱가포르 380 cSt 기준)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9.8% 상승한 t당 636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고유황유도 지난해 12월 t당 430달러를 찍은 뒤 올해 들어 연이어 오르고 있지만, 저유황유보다는 오름폭이 비교적 작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초저유황선박유는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에 맞춰 황 함유량을 종전 3.5%에서 0.5%로 낮춘 선박 연료유를 말한다. 저유황유는 중질유에서 황 함량을 줄이는 설비를 더 거쳐야 하다 보니 기존에 선박유로 쓰이던 고유황유보다 가격이 더 높다.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해 t당 1000달러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저유황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급등하면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는 3월 평균 t당 270달러까지 벌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3월 기록한 가격차인 t당 108달러의 2배를 웃돈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이처럼 벌어진 건 2020년 1월 295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해운업계에선 대다수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한 HMM이 다른 선사들보다 비교적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어 저유황유를 쓰는 선박보다 비용 경쟁력 면에서 우세하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 2018년부터 스크러버를 조기 설치해 사전 테스트를 하는 등 스크러버 설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코로나19 시기 유가가 하락하면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가 50달러대로 좁혀지는 상황에서도 스크러버 장착에 속도를 냈다. 현재 전 세계 선박 중 스크러버 설치 선박 비율은 30.9%에 그치지만, HMM은 83%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한 상태다.

HMM 관계자는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현재도 250달러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이어서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는 HMM으로선 다른 선사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유가 자체가 워낙 높아서 스크러버 설치로 모든 리스크를 회피할 순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