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영상 출마 선언한 이재명…‘세 과시’ 대선 나선 한동훈

by황병서 기자
2025.04.10 16:26:40

李, 10일 오전 유튜브 채널 통해 대권 도전 공식화
尹 실정에 따른 피해…‘성장회복’·‘실용’ 강조
오는 11일 캠프 기조·인선 콘셉트 설명할 예정
李와 각세운 韓 “성장하는 중산층 나라 만들겠다”

[이데일리 황병서 한광범 박종화 김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의 출정식은 그간 유력 주자들의 형식과 크게 달랐다.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이 전 대표가 꿈꾸는 미래 상을 밝힌 것이 ‘세몰이’를 통한 출정식 코스를 밟는 기존 대선 출마자들과 대비됐다.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영상은 이날 오전 10시 자신의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11분 37초 분량의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아이보리색 니트 차림으로 등장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은 헌법이란 그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가지고 사는 우리 국민 스스로의 위대함”이라며 “억압하면 포기하고 좌절하고 굴복하는 게 아니라 결국 그것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화면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에 따른 지지자들의 환호성으로 시작한 영상은 ‘국민들은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벚꽃과 봄비, 오래된 골목을 소개했다. 나무로 된 오래된 책상과 서랍장을 배경으로 뒤로한 이 전 대표는 의자에 앉은 상태로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의 다큐멘터리 인터뷰 콘텐츠를 연상하게 했다.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세몰이가 아닌 영상을 통한 출정식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선택한 배경에는 이 전 대표가 ‘실용’ 이미지를 부각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전 대표 경선캠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촬영해 제작된 것으로, 대선 출마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의지와 각오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대선 삼수생인 이 전 대표 대선 출마 선언의 키워드는 성장회복과 실용이다. 윤 전 대통령 12·3 비상계엄 사태로 고꾸라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도에서다. 앞서 민주당 후보들이 복지와 분배의 가치를 강조해온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 전 대표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적인 것이다. 총량으로는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부가 너무 한 군데 몰려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 자체가 떨어져 민간 영역으로만 경제가 제대로 유지·발전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 없는 삶을 추구하는 ‘먹사니즘’과 더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잘사니즘’을 위해서 실용주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어떤 정책이 누구 생각에서 시작된 것인지 그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 “어떤 것이 더 유용하고 더 필요한지가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또 출마 영상 메시지를 통해 ‘K-이니셔티브(initiative)’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국가적 역경이 닥칠 때마다 위기를 더 큰 재도약의 디딤돌로 만들어낸 우리 국민의 역량과 잠재력이라면 내란마저 극복하고 세계를 선도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K-컬쳐와 K-민주주의 사례를 꼽으며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여러 영역이 있는데 이를 K-이니셔티브로 통칭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오는 11일 국회에서 캠프 기조와 인선 콘셉트를 설명하는 비전 발표식도 열 예정이다. 이 대표 경선 캠프의 주요직은 이 대표와 가까우면서도 친명(親이재명)계 색채가 옅은 인물들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가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출마 선언식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동료 의원들 중에서는 조경태·배현진·정성국·한지아·김상욱 의원 등 친한(親한동훈)계가 자리했다. 한 전 대표를 보기 위해 지지자들도 몰려들었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최소 1000명 이상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이날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웠다. 그는 이 전 대표를 향해서 “입법·행정·사법을 움켜쥔 독재 정권을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또 “국민이 먼저인 나라, 성장하는 중산층의 나라, 실용이 이념을 이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보수정당에선 강조되지 않았던 중도와 중용의 가치를 중시하는,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며 출마 포부를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11일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국민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대선에 출마한다”며 “끝까지 대한민국과 국민을 반드시 지키고, 반드시 살리겠다.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13일 ‘약자동행’ 정책을 대표할 수 있는 장소에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