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D데이…채권단 신뢰 못찾으면 법정관리 갈 수도
by김국배 기자
2024.01.03 19:58:19
[태영건설 워크아웃 빨간불]
산은 "태영 자구안이 믿음 가야 시작"
자구안 부실, 신뢰 상실 행위 비판
워크아웃 실패시 '플랜B'엔 말 아껴
[이데일리 김국배 송주오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처음으로 채권자 설명회를 열어 자구안을 제시했지만 워크아웃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워크아웃에 실패하고, 법정 관리(회생 절차)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다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플랜B’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에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것은 채권단의 ‘신뢰’를 상실한 영향이 커 보인다. 자구안 이행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신뢰가 떨어졌고 그만큼 채권단을 설득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시작할 수 있다.
실제로 자구안 중 하나로 태영건설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겠다고 해놓고 일부만 지원한 것을 두고 산업은행은 “채권단과 태영 사이에 신뢰가 상실된 케이스”라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다.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매각 추진도 문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 자금을 태영건설에 사용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지주사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이날 호소문을 통해 “여러분이 믿고 도와주신다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고 했지만, ‘충분한’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만약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실패하면 법정 관리(기업 회생)에 들어간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적용을 받는 워크아웃은 은행 등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이지만 법정 관리는 법원이 주도한다. 워크아웃은 금융권 채무를 조정하고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새로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법정 관리는 금융 채권은 물론 일반적 상거래 채권까지 모든 채무를 동결하고 추가 자금 지원도 없다.
강 회장은 “워크아웃은 당사자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시작된다”며 “그 자구안이 어느 정도 신뢰가 되니 같이 해보자가 기본 정신이다”고 했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될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상황이 악화하자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결정에 앞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대주주의 사재출연과 SBS 매각까지 포함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양윤석 티와이홀딩스 미디어정책실 전무는 브리핑을 열고 “SBS 매각은 방송법상 조건도 많고 제약도 많다”며 “남은 기간 채권단이 어떤 말씀을 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그룹의 지주사다.
‘SBS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는 의미인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SBS는 (매각에) 법적 제약이 있다는 점을 채권단에 계속 말씀드리고 있고 그럼에도 채권단에서 계속 얘기가 나온다면 가능한 방법이 있나 찾아보겠다는 것이지, 꼭 그런다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세영 창업회장의 사재출연과 관련해서는 준비 중이라고 했다. 양 전무는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며 “11일 채권단 결정까지 시간이 있으니 주채권 은행을 통해 채권단 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일부만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세세히 못 밝히지만, 모든 매각대금은 태영건설을 위해 지원했거나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구안에 포함된 에코비트와 블루원 외에 다른 매각 자산이 더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그간 자구노력을 기울여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입)했다”며 “지주회사, 그룹사 보유 계열사 중 매각할 수 있는 것은 빨리하고, 매각이 빨리 안되면 담보를 제공해서라도 자금을 만들어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