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새판짜기에 은행들 "新사업 기대되는데, 외국계 경쟁 부담되네"
by유은실 기자
2023.02.07 18:17:16
비즈니스·유동성 확대 ''긍정적 평가''···거래 투명성도 제고
인프라 구축·전문가 확보 경쟁 부담···''옥석가리기'' 본격화
''런던장'' 기준 마감 연장···"런던에 트레이딩 데스크 설치"
[이데일리 유은실 정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글로벌시대에 발맞춰 국내 외환시장 새판짜기에 돌입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거래시간 연장과 글로벌은행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등 외환시장의 구조적 변경에 따라 새로운 수익기회 발굴이 기대되는 한편 런던 트레이딩 데스크 설치, 인력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경쟁력 확보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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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에는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연장하고 원화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먼저 국내 외환시장 마감시간이 현행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 2시로 연장된다. 이번 조치로 외환시장 개방 시간은 내년 하반기부터 총 8시간 30분이 늘어난다. 단계적으로 24시간 개방이 추진된다.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에는 국내 금융사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예컨대 외국 금융기관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사고 싶으면 국내에 지점이 있어야 하거나 국내 기관의 고객이라는 신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우리 경제 규모와 자본시장 개방 정도에 맞춰 국내 외환시장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정부 취지에 공감한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정부는 발표에 앞서 은행들과 활발한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 역시 커졌다. 일부 외국은행이 독식하던 외국인 주식 및 채권자금 관련한 사업에, 국내 은행들도 균등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들의 역할과 사업 영역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유동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해외에 있지만 인가받은 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 시장에 원활히 진입하면 국내 유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역내외 고객 선택의 폭뿐 아니라 거래 투명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시중은행 외환팀 관계자는 “당국의 단계적 시행계획에 따라 글로벌시장에서 국내 외환 시장의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며 “특히 제도개선 방안에 맞춘 국내 은행의 신규 비즈니스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무 현장에선 준비 여력에 대해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외환시장 확장은 상당한 인력 확대와 인프라 구축을 요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외환 관련 업무 담당자는 “국내은행은 외국계은행에 비해 글로벌 인프라가 열악해 야간 현물환 시장이 개설되면 인력 포함해 인프라 구축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연장된 시간을 보면 런던장 기준으로 외환시장이 돌아가는 거라서 런던에 트레이딩(주식·채권 등을 사고 파는 일) 데스크부터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도 부담이다. 또 다른 은행 외환팀 관계자는 “막상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야간 시간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고 역외 영향력 확대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나 쏠림 현상 심화 가능성도 높다”며 “역내외 시장 참여자 간 불평등한 요소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세부 실행방안이 나와야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경쟁력 확보라고 입을 모았다. 제도 개선을 기점으로 은행 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은행 자금운용 부서 관계자는 “인가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많아지면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외국 은행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계은행이 국내 은행들에 비해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콘택트 포인트들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인프라·전문가 확보에 늦은 은행들은 시장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