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판 설국열차"…'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현장 찾은 민주당
by조민정 기자
2021.07.15 16:43:42
15일 오전, 현장 방문한 뒤 간담회 가져
"서울대, 청소노동자 환경 심각성 몰라"
고인 남편 "자체 인권센터 조사 믿을 수 없어"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서울대판 ‘설국열차’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같은 기차 안에서 살지만 다른 칸 상황은 전혀 모르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상을 본 기분이다.”(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TF 소속 국회의원들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고(故) 이모(59·여)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고인이 일 했던 동선을 둘러본 뒤 학교 측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대학교 측과 노조·유족들은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TF(이탄희·이해식·장철민 의원)가 15일 오전 서울대학교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사건을 보고받기 전 고인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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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TF 소속 이탄희·이해식·장철민 의원은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사건을 보고받은 뒤 이씨가 일하던 관악학생생활관(925동) 현장으로 이동했다. 학교 측에선 오세정 총장, 이원우 기획부총장, 여정성 교육부총장, 서은영 학생부처장, 김태균 협력부처장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휴게실을 둘러본 뒤 그가 100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들고 재활용 수거장까지 근무했던 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이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하루에 100ℓ 쓰레기봉투 6~7개를 계단으로 나르며 강도 높은 노동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활용 수거장에서 100ℓ 종량제 봉투를 직접 들어본 이탄희 의원은 “(봉투가 꽉 차면) 크고 무거울 텐데 왜 이걸 계속 사용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현장에 동행한 학교 측은 “검토했었는데 100ℓ 종량제 봉투를 왜 아직도 사용하고 있었는지 조사해보겠다”라고 답했다.
20분 가량 현장을 둘러본 이탄희 의원은 “학교 관계자가 환경미화원의 삶을 하루만 살아봤으면 이런 상황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편으로는 결과적으로 더 끔찍해질 수 있는 (청소노동자) 상황을 고인이 온몸으로 막은 게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해식 의원은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내용에 대해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인이 근무했던 재활용 수거장에서 100L 종량제 봉투를 직접 들어보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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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교내 인권센터를 통해서 이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유족은 각각 5명씩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꾸려야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인의 남편인 이모씨는 “어제까지는 학교 인권센터 조사를 믿기로 생각했었는데 오늘부터는 믿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학교 내부에서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했고 우리 이야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권센터가 실시했던 ‘교사 갑질’, ‘권력형 성범죄’ 등 사건의 조사 전력을 보면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이 아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학생대표 또한 “학교 측 대응이 미흡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라는 서명운동이 2000명을 넘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조사공동조사단의 중립적이고 객관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노동자 대상으로 ‘갑질’을 해왔다는 서울대 안전관리팀장인 배모씨를 옹호하는 입장도 일부 나오고 있다. 오히려 배팀장이 부임하고 나서 제대로 된 회의실에서 희의를 하고 서울대 교직원으로 대우 받았다는 주장이다. 현재 배팀장은 기존업무에서 일시 배제된 상황이다.
정부도 진상 조사에 들어간다. 14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를 벗어난 부분이 있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며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 생전 고인이 100L 종량제 봉투를 들고 왔던 재활용 수거장 모습이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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