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주, 매각vs청산 갈림길···직원들 ‘청산’ 원하는 이유는

by김보경 기자
2020.07.15 16:43:40

이마트, ''제주소주'' 인수···매년 적자폭 커지자 사업철수 결정
인수자 없어 청산 검토하던 와중에 ‘골든블루’ 인수의향 밝혀
제주소주 직원들, "기업청산 후 이마트 직원될 줄 알았는데…"
개인기업 골든블루 고용승계해도 불안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국내 위스키업체 골든블루가 이마트 자회사인 제주소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제주소주 직원들은 회사가 인수되기보다 청산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사진=신세계그룹)
15일 업계에 따르면 골든블루의 제주소주 인수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달 중 실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골든블루가 제시한 조건은 인수금액 250억원에 제주소주 전 직원의 고용승계다. 그런데 제주소주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골든블루에 ‘팔려가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는 골든블루가 인수의향을 내비치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제주소주의 기업 청산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직원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인수한 후 제주소주의 매출은 2016년 2억원에서 지난해 48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억원에서 14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마트는 이 기간동안 6번의 유상증자로 총 670억원의 자금수혈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제주소주의 지난해 기준 국내소주 시장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된 적자와 출자의 부담으로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인수하려는 업체가 없어 애를 먹었다. 제주소주 내부에서는 이마트가 결국 제주소주를 청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건물과 땅은 다른 사업에 활용하고, 직원들은 이마트 소속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골든블루가 인수를 추진하자 직원들은 “가만히 있으면 대기업 직원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개인기업 직원으로 팔려가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골든블루는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은 1265억원, 매출은 211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한 업체다. 박용수 회장이 16.61%(우선주 포함)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그의 부인인 김혜자 씨가 16.65%, 자녀인 동영 씨와 소영 씨가 각각 25.09%씩 갖고 있다.

제주소주의 한 직원은 “이마트 갈래, 골든블루 갈래 하면 누구나 이마트 직원이 되고 싶을 것, 복리후생 등 직원 처우에 차이가 있다”며 “특히 현재 제주소주 직원들의 연봉이 골든블루 보다 높은데 고용승계 후 연봉을 깎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1~2년 뒤 사업진행 등에 따라서 제 발로 나가게 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소주 직원 수는 70여 명이다. 이 중 5명은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할 당시 전출 온 직원이다. 이 직원들의 박탈감은 더 크다. 제주소주 청산 시 당연히 이마트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제주소주는 직원들이 동요하자 전체 메일을 보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으니 업무에 집중해달라”며 “결정이 된 다음 설명회를 하겠다”고 자제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