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9.07.10 16:57:36
윌버 로스 "국가안보 우려 없는 제품은 수출 허용"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임박하자 '선의' 과시
블랙리스트는 유지…5G 장비 제한도 여전할듯
"기존 입장 되풀이…구체성 결여" 등 중국 내 반발도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재개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국가안보’의 위협이 없는 제품에 한해 선별적인 제재 완화를 하겠다고 전제를 붙이며 미·중 이견은 좁혀지기 힘들 전망이다.
9일 윌버 로스 상무 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상무부 주최 연례 컨퍼런스에서 “국가안보 위협 우려가 없다면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 화웨이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면허를 발급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주 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전쟁 휴전 및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기업들에게 화웨이에 더 많은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미국은 국가안보 위험이 없는 제품에 한해 제재를 풀겠다고 한 만큼,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와 계열사 68곳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블랙리스트)도 유지될 전망이다.
로스 장관은 “미국의 미래 번영은 선진 기술에 대한 전략적 우위에 달려 있다. 민간 영역은 책임있게 행동하고,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민감한 지식재산권, 소스 코드 등을 거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시장에서 얼마나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는 관계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 위협 우려가 없는 제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신기술 자문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해 조만간 수출 통제 목록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로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중 무역협상의 본격적인 재기에 앞서 서로 ‘선의’를 보여주는 절차로 풀이된다. 미국 측 고위협상단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와 중산(鍾山) 상무부장은 전날 전화통화를 하고 고위급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기 전에 미국도 화웨이 규제를 풀어주길 원한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로스 장관이 언급한 화웨이 규제 완화는 미국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국가안보’를 문제삼고 있는데다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밍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소 부주임은 “(미국은) 무역긴장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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