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패스트트랙 합의에 국회 강대강… 한국당 "민주주의 조종"
by조용석 기자
2019.04.22 18:12:42
나경원 “패스트트랙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 없다”
시급한 노동 관련 법안 및 추경 처리, 더 깜깜해져
바른미래 여전히 변수…김관영 원내대표 추인 자신
여야4당, 협상 여지 열어둬…"한국당과 합의안 최우선"
|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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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유태환 박경훈 기자] 여야4당이 선거제 개혁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국회는 더 경색되는 분위기다. 패스트트랙 합의에서 제외된 자유한국당이 “의회 민주주의가 조종을 울렸다”며 20대 국회 전면 거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의 주요 과제였던 노동 관련 법안 및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2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야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합의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패스트트랙 하겠다는 것은 좌파 장기집권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며 “내일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합의를 저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을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며 국회 일정 전면 거부를 공언했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합의에 국회 보이콧 투쟁으로 맞설 경우, 여야 모두 시급성을 공감했던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4월 국회 내 처리가 불가능하다. 4월 국회는 지난 8일 문을 열긴 했지만, 이미선 헌법재판관 문제를 두고 여야가 대치를 벌이면서 2주가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논의해야 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지난 3일을 끝으로 단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추경안 처리 역시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25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서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서 한국당은 미세먼지·강원산불 등 대책에 사용될 재해추경과 일자리 지원 및 경제활성화 등과 관련된 비(非)재해추경을 분리해 처리하자고 주장하며 여당과 장외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민생 경제를 외면하는 절름발이 추경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4당 원내대표가 힘겹게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실제 패스트트랙 지정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 당의 추인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지상욱 의원 등이 노골적으로 패스트트랙에 반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23일 오전에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논의한다.
하태경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전화에서 “공수처법 내용이 어떻든 선거법이랑 연계시켜 패스트트랙 처리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지상욱 의원은 “(여야4당의 공수처 합의안은) 바른미래당 안이 아니라 민주당 안”이라며 “김관영 원내대표가 왜 저렇게까지 패스트트랙을 처리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은 지난주에도 의총을 열고 패스트트랙 추인을 논의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이번에는 의총에서 추인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서로 합의된 합의문이 있기 전까지는 추인절차 진행하지 않겠다고 의원들에게 약속했고, 오늘 다행히 문서로 합의된 합의문이 도출됐다”며 “이걸 기초로 내일 의총 소집해 최종적인 추인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추인에 실패하면 정치개혁특위·사법개혁특위 위원을 교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여야4당은 한국당과 대화할 여지도 남겨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법·공수처는 한국당이 원천적으로 반대해 협상이 중단됐던 것”이라며 “(한국당이)오늘 오후부터라도 협상에 나선다면 원만한 여야 합의안을 만들도록 4당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다 해도 그대로 표결하겠다는 의지보다 서로 협상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