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국공 막는다”…서울교통공사, MZ세대 노조 출범에 ‘시끌’

by김기덕 기자
2021.08.12 16:53:38

젊은층 중심으로 3번째 노조 탄생
“콜센터 비정규직→ 정규직 반대”
최악 적자로 인력 구조조정 진행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노조가 출범하면서 갈수록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20~30대 정규직 직원이 주축이 된 제3의 노조는 외주업체의 자회사 전환과 계약직의 직고용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라 자칫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약 500명의 공사 정규직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 공정연대’ 단체는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노조명은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 노동조합’이다. 이로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두 노조가 양분했던 공사에 세 번째 노조가 탄생하게 됐다.

새 노조는 공사 적자폭이 커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외주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찬성한 사측과 기존 거대 양 노조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앞서 지난 2018년 공사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민간 위탁 콜센터 근로자 20~30명도 자회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공정연대 단체는 “이미 사기업 정규직인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하고, 기존 공채직원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지하철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1조114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배나 급증했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다. 올 들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무임수송 인원 증가 등으로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서민부담 경감을 위해 지하철 요금 인상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사는 총 정원(1만6500명)의 10%가 넘는 2000여명을 매년 단계적으로 줄이고, 비핵심업무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 위탁 등 자구 개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공정연대는 지난 6월 콜센터 직원들의 직고용을 반대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노사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직고용 갈등을 겪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정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기존 노조가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는 불만이 상당히 높았던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기존 공채 직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며 “새 노조가 정식 인가를 받고 교섭권을 가질 시점에 적극적으로 안건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