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합동감찰' 구성부터 공정성 논란…"사실상 재판 감찰" 비판도

by남궁민관 기자
2021.03.29 16:18:58

이미 입장 표명에 '이해상충' 임은정 대검 연구관에
'친 정권' 성향 뚜렷 박은정 법무부 담당관 배치
"절차적 정의 위한 합동감찰이 공정성 논란" 도마
감찰 자체 두고 "사법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비판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하상렬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검찰의 수사·공판 과정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합동감찰에 돌입한 가운데,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직접 실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구하기’와 ‘검찰개혁 명분 쌓기’에 몰입한 나머지 국가 사법체계마저 부정하고 나선 것이란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29일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첫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첫 실무자급 연석회의를 열고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합동감찰에 본격 돌입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검사 2명, 대검 감찰부에서 허정수 감찰3과장과 임 연구관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회의초반부터 실무진 구성의 편향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감찰에서 이들 구성원들에게 이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특히 임 연구관은 이번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 이미 공공연히 본인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에 합동감찰 일원으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임 연구관은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의 무혐의 결정 이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게재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한 피고발인 신분이다. 박 담당관의 경우에도 평소 뚜렷한 ‘친(親) 정권’ 성향을 내보인 바 있어 이번 합동감찰에 적절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박 담당관은 기본적으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고 이번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의견 역시 표면화하지 않은 만큼 합동감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백 보 양보하더라도, 임 연구관은 상황이 아예 다르다”라며 “공공연하게 이번 사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던 인물인 데다, 관련된 피고발인 신분인 만큼 이해 상충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다른 변호사도 “이번 합동감찰 자체가 어떤 위원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상 제척 또는 회피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 해도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공정성은 당연히 확보해야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절차적 정의를 세우기 위한다는 이번 합동감찰의 취지에 따른다면 논란의 당사자들은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 취재진을 만나 “공정성·객관성 문제를 깊이 유념하고 지켜보겠다”며 원론적 입장 만을 밝혔다. 임 연구관도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감찰에 임할 생각이니 우려 말고 지켜봐 달라”며 합동감찰 참여 의지를 밝혔다.

이번 합동감찰을 두고 이같은 구성원의 공정성 논란을 넘어 감찰 목적 자체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박 장관은 이날 이번 합동감찰의 목적에 대해 “한 전 총리 사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사건을 계기로 절차적으로 과거 수사 관행이 어땠는지, 제도개선 여지가 남아 있는지, 그 근거를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한 전 총리 사면과 동시에 검찰개혁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부패범죄 사건에 다수 경험을 가진 한 변호사는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확정 판결까지 총 세 재판부의 판단을 받았다”며 “하지만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를 포함, 세 재판부 모두 검찰 수사과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년이 지난 이 사건에 대해, 그것도 이미 재판상 쟁점이 돼 판단을 받았던 부분에 대해 합동감찰을 하겠다는 것은 곧 사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사면을 위한 근거를 쌓고, 더불어 말 안 듣는 검찰과 법원을 길들이려는 정치 행보라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