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하이트진로 회장 장남 유죄…"경영권 승계 목적"

by남궁민관 기자
2020.05.07 16:43:45

인력지원·통행세 등 총수 소유 계열사에 부당지원
法 "공정거래법 취지와 시장경제 훼손"
박태영 부사장에 징역 1년 6월에 집유 2년 선고
함께 기소된 김인규 대표는 징역 10월에 집유 1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특정 계열사에게 40억원대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을 비롯한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부장판사는 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의 1심 선고공판에서 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인규 대표이사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상무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하이트진로 박태영(왼쪽) 부사장과 김인규 대표이사.(이데일리DB)


이들은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0년여에 걸쳐 박 부사장 등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인 서영이앤티(이하 서영)을 하이트진로를 통해 직접 부당지원하거나, 납품업체 삼광글라스를 통해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서영에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7년 간 급여를 대신 지급하는 등 5억원 상당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 알루미늄코일(공캔 원재료),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 등 중간 제품을 서영을 거쳐 구매하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통해 27억1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4년 2월 서영의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에 대한 도급비를 올리는 등 방법으로 서영이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정상 가격인 14억원보다 비싼 25억원에 매각할 수 있도록 도와 11억원을 우회 지원한 혐의도 받았다.



안 부장판사는 “부당한 인력지원은 9년 5개월간 계속됐고, 김 대표이사와 박 부사장이 개입한 알루미늄코일 및 글라스락캡 거래까지 합계 32억원을 지원한 것은 작은 금액이라 볼 수 없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색했으며, 그 과정에서 하이트진로 구매력을 통해 삼광글라스를 의사에 반해 지원행위에 끌어들이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꾸짖었다.

이어 “서영을 지원해야했던 이유는 결국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해주기 위한 것으로, 공정거래법 취지와 시장경제를 훼손해 국민경제에 미친 영향이 크다”며 “판로 개척 등 경영판단은 개입돼 있지 않고 오직 박 부사장의 회사를 지원하려는 동기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참작할 정상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 부장판사는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각과 관련한 혐의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박 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동시에 하이트진로와 서영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각각 79억4700만원, 15억6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와 서영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을 내 일부 승소해 과징금 납부 명령은 취소됐다. 해당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는 인력지원, 통행세 부당지원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각은 무죄로 판단하고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일부 위반 행위를 기초로 과징금액을 산정할 자료가 없을 때는 과징금 납부 명령 전부를 취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고, 공정위는 항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