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4차 산업혁명'은 사람중심.."국가의 모든 역량 집중"

by김현아 기자
2017.10.11 18:28:06

산업과 노동분야 제도 개선 추진
중소기업 역할, 제조업 공장 귀환 강조
줄어들 일자리, 플랫폼 종사자(새로운 고용행태) 대응 필요
다음 달 정책 우선 순위 어느정도 정해질 듯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은 ‘사람 중심’을 키워드로 삼고, 산업과 노동 분야의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 디지털 격차 등 경제적 불평등의 우려가 큰 만큼, 새로운 산업·기업에 더 좋은 일자리가 생기도록 정책을 모색하고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에 신경을 쓰기로 한 것이다.

2000년대 김대중 정부에서 정보화를 국가 혁신 성장의 목표로 삼았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정부 내 부처는 물론 민간과 정부의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정부는 11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 공개홀에서 ‘제1차 4차 산업혁명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향을 정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2000년대 정보화 시대를 우리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았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 나가고, 이를 우리 산업과 사회를 혁신하는 기회로 만들도록 국민과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및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뽀로로 모양이 로봇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날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사회로 열린 ‘4차 산업혁명 대응방향’ 토론에서 주형철 위원(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은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규성 위원(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람 중심의 성장은 벤처기업에서 출발하니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는 중소기업 등 가계 의견을 잘 청취하고 적극적으로 공공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혁신산업 생태계 구축과 기존 중소기업 스마트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기술이 공장에 접목되면 생산성이 높아져 제조업 해외 공장의 국내 귀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조업에 ICT 등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다시 국내로 유입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석영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은 “아디다스가 중국 공장에서 600명을 고용하다 독일로 이전해 10명이내 고용한 사례는 4차 산업혁명이 되면 인건비가 비싸도 우수한 지적 자원이 있는 곳에서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진 위원(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은 “4차 산업혁명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미래 방향성 수립을 위해 새로운 산업통계 항목과 지수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문용식 위원(나우콤 창업자)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브랜드화를 통해 목표와 비전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조 위원(안랩 최고기술책임자 출신, 고려대 교수)은 “평가, 인증, 투자 등 3가지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방향성을 정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S-PLEX) 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해 4차산업혁명의 파급효과와 대응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하지만 독일에서 2030년까지 기계·소매·요식업 등 75만개 일자리가 줄고, 대신 기업·IT서비스에서 10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고용구조가 크게 변할 전망이다.

맥킨지는 지난해 정부(미래창조과학부)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컨설팅에서, 우리나라에서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ICT 분야에서 약 80만 명(누계)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대응을 위해 기존의 노동관계법이 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플랫폼 종사자 관련 통계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플랫폼 종사자란, 네이버나 구글 같은 인터넷 플랫폼에 근무하는 사람의 숫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금융이나 리테일, 자율주행차나 헬스 같은 산업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이나 생태계 중심으로 바뀌면서, ICT 플랫폼과 연결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군으로 기존 시장이 확장되고 이종산업의 침투가 거세지는 현실을 반영한 고용 예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석영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은 “김 장관의 말씀은 노동 형태가 앞으로 한 기업에 항구적으로 고용되는 근로자가 아니라, 유동적이고 유연한 플랫폼 중심의 근로행태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에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본 대응 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니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규 위원장(블루홀 의장)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면 기술·산업 혁신과 사회정책 혁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고, 임정욱 위원(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 반려로봇, 실버타운의 자율주행차 택시처럼 기술발전이 고령화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재권 위원(한양대 산학협력중점교수)은 “학교 연구자 처우 개선 등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재용 위원( 국토연구원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장)은 “‘모든 시민에게 1시간을 돌려주겠다’는 선진국의 스마트시티 슬로건처럼 정책 수단보다는 정책 결과 중심으로 정책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식 위원(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배치되는 게 아니며,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 측면에서 혁신 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바라본 성장추진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11월 중 범부처 차원의 ‘4차 산업혁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정책 우선 순위를 정할 예정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우선 순위와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조기에 수립할 것을 지시한 이유에서다.

또한 이날 4차산업혁명위원회외에 혁신위원회·특별위원회·자문단 등을 두는 내용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운영세칙 제정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