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한국 축구 대표팀, 지휘자 츠베덴 같은 감독 필요"

by장병호 기자
2024.04.01 18:11:02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1일 위촉장 받아
츠베덴 음악감독과 동향, 2028년까지 활동
축구와 오케스트라, 공통점으로 우정 쌓아
"음악과 교육 연결하는 역할도 하겠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을 추천하고 싶다.”

축구계의 ‘명장’ 거스 히딩크(78) 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공석인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1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오세훈(오른쪽부터) 서울시장, 홍보대사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우절’ 농담은 아니었다. 음악계의 ‘거장’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같은 리더십이 차기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바로 직전에 음악감독을 맡았던 홍콩필을 세계적 수준의 악단으로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오케스트라의 조련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히딩크 전 감독은 “츠베덴 음악감독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전문가”라며 “만약 한국 축구팀의 감독을 맡는다면 완벽한 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금은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어려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다만 최근 한국 축구와 관련한 조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할 말은 있지만, 오늘은 축구에 대해 이야기 할 자리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오는 4일 목요일 츠데벤 음악감독이 펼칠 서울시향의 ‘경기’(연주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딩크 전 감독과 츠베덴 음악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오랜 우정을 맺어왔고 그 우정을 서울에서 이어간다.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은 서울시향의 첫 번째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올해 초 츠베덴 음악감독이 서울시향을 맡는다는 소식을 듣자 기쁜 마음으로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했다.



서울시향 홍보대사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서울시향이 자체적으로 홍보대사를 위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츠베덴 음악감독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8년 12월 31일까지 서울시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거스 히딩크(왼쪽)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사진=서울시향)
축구와 오케스트라는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두 사람의 우정도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수년 전 히딩크 전 감독이 츠베덴 감독의 연주 영상과 다큐멘터리를 본 뒤 직접 연락을 하면서 친분을 이어왔다. 히딩크 전 감독은 츠베덴 감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설립한 ‘파파게노 재단’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히딩크 전 감독 또한 ‘거스히딩크재단’을 통해 장애인, 다문화가정, 취약계층 등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히딩크 전 감독과 츠베덴 음악감독의 공통점은 두 사람의 리더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선수도 연주자도 나이 등에 상관없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 젊은 선수들이 자신이 골 득점을 할 기회가 있음에도 선배에게 그 기회를 넘겨주기 위해 기다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연장자를 존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축구에선 비생산적이어서 이런 점을 바꾸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서울시향의 해외 순회공연에 동행하며 서울을 알리는 일에 앞장설 계획이다. 서울시향이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사업으로 추진하는 ‘행복한 음악회, 함께!’, ‘아주 특별한 콘서트’와 연계한 프로젝트 홍보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음악과 교육을 연결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행사에 참석해 히딩크 전 감독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오 시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서울 명예시민으로 모신 히딩크 감독을 서울시향 홍보대사로 다시 인연을 맺게 돼 반갑고 기쁘다”며 “히딩크 감독과 츠베덴 음악감독의 리더십과 열정이 겹친다면 서울시향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