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유가]③커지는 변동성…투기매수세 이탈할까
by김형욱 기자
2017.03.09 16:30:42
헤지펀드 등 8일 유가 하락 부추길까 시장 우려 고조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1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하면서 최근 원유선물을 적극 사들이며 유가를 끌어올렸던 투기세력들의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이 미국 원유재고 증가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원유시장내 공포지수가 커진 만큼 헤지펀드 등 원유선물 투기세력의 향후 행보가 유가의 추가 하락여부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내 원유 변동성지수(VIX)는 최근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반등했다. 불과 이달 1일만 해도 2년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과 대조된다. 원유 선물시장내 투기세력은 석유·항공회사 같은 실수요자와 구분되는 투자자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손이다. 유가 상승기엔 매수폭을 확대하며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 하락기엔 대량 매도포지션으로 낙폭을 키우는 역할을 주로 한다. 따라서 가격 하락 조짐이 보이면 발빠르게 매도에 가담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해 11월8일 4억2500만배럴에 이르렀던 브렌트유 선물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과 옵션에서의 순매수 포지션을 올 2월21일에는 9억5100만배럴까지 두 배 이상 늘렸다가 지난주에는 6100만배럴 순매도했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탈 파트너는 “투기 매수세가 사상 최대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시장상황에 따라 자칫 엄청난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며 “사우디·러시아의 발언은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원자재리서치그룹 앤디 르보는 “현 원유시장은 공급과 투기세력이란 두 과잉(overhang) 속 역풍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유가가 급락한 8일 두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다수 애널리스트를 인용, “현 원유시장이 투기세력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안데를리 TAC에너지 디렉터는 “이번 EIA 보고서가 일부 참여자들의 출구전략을 촉발할 수 있다”며 “언제 스퀴즈(치고 빠지기)가 일어나도 놀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시장 동요를 의식하듯 미국을 뺀 전세계 산유국은 시장을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알-팔리 장관은 8일(현지시간) IHS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연례회의에서 1~6월로 예정된 산유국 감산 합의 연장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했다. 그는 “감산 기간 연장여부는 원유재고가 얼마나 빨리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미국 원유재고 증가 수치를 평가절하하며 “시장 참가자가 미국발(發) 숫자에 관심을 두는 것은 눈에 보이는 데이터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국제시장 전체를 보고 있고 효과는 수개월 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주간 원유 재고량은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빠른 유가 정보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유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최대 석유업체인 토탈을 이끄는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도 “원유 재고가 줄어들지 않는 한 원유가격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