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돌연 출고 중단에 늑장 해명’까지..소비자 불안만 증폭

by손의연 기자
2023.02.01 17:52:05

사상 초유 사태에도 소비자 안내 부족
디젤 게이트부터 이어진 소비자 불만
지난해 원가절감·가격할인 논란 겹쳐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폭스바겐코리아가 돌연 지난달 말부터 국내에서 전 차종 출고 중단 조치에 나서면서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출고 중단 사유에 대해 차량에 포함된 제품 중 하나인 ‘안전삼각대’가 국내 성능 기준에 미치지 못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과거 디젤 게이트 사례로 출고를 중단했던 ‘전력’이 있어 소비자 불안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스바겐 안전삼각대.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27일 국내 딜러사에 판매 중인 모든 차종의 출고를 일시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출고 중단된 폭스바겐 제품은 티구안과 투아렉, 골프, 아테온 등 국내 출시된 전 차종이다. 당장 지난 주말부터 소비자 인도가 예정됐던 일부 차량들이 전시장에 묶이면서 출고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번 출고 중단은 폭스바겐 독일 본사의 요청으로 인한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30일 독일 본사로부터 국내 판매 차량에 포함된 안전삼각대의 반사성능이 한국 기준치에 맞지 않아 출고 중단을 요청 받았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현재 본사와 (출고중단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2월 중순부터 출고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안전삼각대는 한국에서 부착한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공장에서 부착돼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아테온, 골프, 제타, 티구안, 투아렉. ID.4 가운데, 가솔린 모델은 멕시코 공장, 나머지 제품은 독일에서 만들어진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안전삼각대를 국내에 판매하는 차량에 묶어서 판 것이다. 아우디 등 국내 PDI(인도 전 검사) 센터를 공유하는 업체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문제는 이번 사태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의 대처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차량 용품인 안전삼각대 문제로 ‘3주간 전 차종 출고 중단’이라는 이례적인 고강도 조처를 내렸다는 것과 출고 중단에 대해 ‘늑장 해명’을 해 의구심만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예전 디젤 게이트로 폭스바겐이 선제적으로 전 차종 출고 중단이라는 강한 조치를 내놓을 순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최근 저가형 드럼 브레이크 장착 논란이 있어 이러한 대처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안전삼각대는 운전자가 소지해야 하는 필수 품목이다. 차량을 제조하는 완성차업체가 차량을 제조 판매할 때 반드시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체가 안전 삼각대를 차량 내부에 비치하고 판매한 경우에는 국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태와 규격, 반사 성능 등을 갖춰야 한다. 이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리콜(결함시정) 대상이 될 수 있다.

반사성능이 품질을 좌우하는 안전삼각대와 관련, 국내 법에서는 빛을 튕겨내는 정도를 여러 각도에서 측정해 규정하고 있다. 총 아홉 방향에서 빛을 쏴 보는 각도(0.33~1.5°)에 따른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낮과 밤에 관계없이 다른 자동차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반사 성능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폭스바겐 안전삼각대는 일부 항목에서 반사가 기준보다 어둡게 돼 해당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아직 국토교통부에 리콜 계획에 대해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안전삼각대를 포함해 판매 차량은 총 6만7459대로 파악되면서 리콜 대상 규모도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관계 당국의 승인을 받는 대로 해당 고객에게 리콜 관련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여러 논란이 휩싸이는 상황에서 이번 출고 중단까지 더해져 국내에서 브랜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출시한 전기차 ID.4 뒷바퀴에 저가형 ‘드럼 브레이크’를 장착하며 원가 절감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 큰 폭의 가격 할인을 했다가 미리 차량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폭스바겐 소비자들은 ‘폭스바겐피해자모임’을 결성해 움직임에 나섰다. 이들은 오는 3일 폭스바겐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 주최자는 “폭스바겐으로부터 보상과 사과를 바란다”며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재발방지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인 발표에 시일이 오래 걸린 점, 차량 결함이 아닌 안전 삼각대 이슈로 3주간 전차종 출고를 중단하는 점 등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것”이라며 “디젤게이트 같은 예전 논란부터 최근 ‘뒤통수 할인’ 이슈까지 전적이 있기 때문에 향후 브랜드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