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 선발대로 투입되는 女소방관도 있습니다"

by김경은 기자
2021.11.24 18:00:00

소방청, 신입채용시험에서 남녀분리채용 폐지 검토 용역
남성과 여성 역할 구분…내근직이나 구급업무 중심
화재현장 일선 정지원 소방교 인터뷰
"처음엔 관내에서도 반대 부딪혀…이제는 동료로 인정해줘 뿌듯"

[이데일리 김경은] “소방관이란 직업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직업은 아니다. 특히 여자라면…”

경찰에 이어 소방관도 신입채용시험에서 남녀 분리채용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면서 여성 소방대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월 현재 여성소방공무원 비중은 8.8%(5733명). 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동일한 기준으로 뽑는다면 과연 몇명이나 선택될지 의문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이데일리는 여성 소방관이라는 편견에 도전하는 전지원(26·) 광진소방서 소방교(일반직 공무원 8급 해당)를 인터뷰했다.

그는 여성 소방관중에선 흔히 찾아보기 힘든 펌프차 탑승 요원이다. 펌프차 탑승요원은 화재진압의 선발대 역할을 하는 최전예 소방관으로 소방관중에서도 가장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자리다.

대부분 여성소방관은 내근직 등으로 힘을 쓰지 않는 곳에 배치된다. 화재현장진압은 여성은 하기 힘든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전 소방교는 그러나 이 같은 몸무게 50kg 초반 남짓의 호리호리한 체격에도 20kg나 되는 장비를 갖추고 화재 현장의 최전선에 선다. 그는 “출동벨이 울릴때마다 온 몸의 촉이 곤두서지만 인명을 구하고 불길을 잡으면서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2학년때 선배들의 멋진 모습때문에 소방관이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며 “기회가 닿는데 까지는 계속 현장에 뛰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2008년 광진소방서가 생긴 이래 펌프차에 여성이 배치된 사례는 없었다. 전 소방교를 믿어준 건 현재 송파소방서 진압대장인 배기준 전 광진소방서 진압대장이었다. “여자든 남자든 본인이 원하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대원들을 설득했다.

그동안 소방 분야는 남녀 분리채용 방식을 고수해왔다. 여성은 전체의 10% 수준 전도에서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 경쟁하는 구조다. 올 초 여성 소방공무원 채용 이후 49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소방준감(3급)이 탄생했다. 그만큼 유리천장이 그 어느 조직보다 높다. 소방청은 그러나 내년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분리채용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남녀를 같은 기준으로 뽑는다면 여성이 불리해져 여성 소방관 비중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일본 등 공통채용을 실시하는 국가의 여성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적전 여성인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체력시험 기준에 대한 조전을 거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 소방관은 화재와 편견에 동시에 맞서야 한다. 전 소방교 역시 1.5인분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임한다고 했다. 순간적인 힘에서는 떨어질 수 있지만, 장비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도나 지구력면에서는 노력에 따라 남성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가장 무거운 장비인 송풍기도 혼자 충분히 들고 다닐만큼의 체력은 된다”며 “지구력을 요하는 화재진압 현장에서 체력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용 당시엔 여성의 체력 검전 기준이 남성의 60% 수준으로 낮지만, 훈련에서는 남녀 구분이 없다. 전 소방교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체력과 열전이 있는 여성 동기가 편견때문에 내근직에 머무는 것을 보면 기회가 닿아서 현장을 출동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함께 진압현장에 나가는 한 동료는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장점”이라며 “열심히 해준 덕에 함께하는데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게 됐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