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제조 대응 위기와 한스 브링커

by강경래 기자
2021.05.27 17:16:28

[임채성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한국인더스리 4.0 협회 IIC 위원회 위원장)] 네덜란드에 가면 한스 브링커라는 소년의 동상이 있다. 이는 둑에서 물이 새는 것을 막고자 손을 집어넣고 외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하노버 메세 2021 온라인 행사 내용에 대해 전문가들과 수 차례 토론한 결과, 한국의 신제조 대응에 대해 한스 브링커와 같은 외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신제조 대응 위기란 하노버에서 확인한 신제조 서비스 사례가 한국에서 가시화되고 있지 않은 것을 말한다. 지금 대응 타이밍을 놓치면 신제조 경쟁력 확보 기회는 사라지고, 제조 경쟁력 붕괴는 막을 수 없다.

하노버 메세 2021을 통해 세가지 면에서 신제조 서비스가 본격화하는 조짐을 볼 수 있었다. 첫째로 기존 제조라는 ‘업의 본질’을 바꾸는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 기업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노버 메세 2021에서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EaaS’(서비스로서의 장비)를 비롯해 ‘PaaS’(서비스로서의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데모 공장 모습이 소개됐다.

둘째로 개도국에서 발표한 스마트팜 서비스 사례는 신제조 서비스가 선진국을 넘어 개도국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셋째로 독일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신제조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조업 본질을 바꾸는 서비스 출현은 신제조 비즈니스 모델 출현을 의미한다. ‘인더스트리 4.0 이니셔티브’의 10년을 되돌아보는 토론의 장에서 독일 변화를 주도하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의 올해 키워드가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임을 밝혔다.



또한 신제조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글로벌화 지향 민간단체 소개, 디지털 트윈 관련 247개 테스트베드 추진, 비즈니스 모델 워킹그룹을 통한 체계적 추진 내용 소개와 관련 보고서 소개가 이뤄졌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유럽 차원의 ‘GAIA-X’도 소개했다.

하노버에서 발표한 제조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사용자 수가 많을수록, 플랫폼을 보완하는 앱과 데이터가 많을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네트워크 외부성을 갖는다.

하노버에서 신제조 서비스를 발표한 한국 기업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미 발표한 신제조 서비스 영역을 한국 기업이 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선발자에 경쟁 우위를 내주는 네트워크 외부성 효과 때문이다. 향후 한국 기업 제품과 부품 경쟁력이 약화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니치 분야 신제조 서비스를 선도하기 위한 혁신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이를 위한 기업 차원의 실험과 도전을 적극 추진하고 국가적 차원의 생태계 구축을 서두를 때다.

신제조업 대응이 무너지면 제조업 고용이 무너지고, 제조업 고용이 무너지면 어느 신산업도 그 고용을 흡수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제조 고용이 무너진 후 타 신산업으로 고용을 흡수한 국가의 전례는 없다.

누구라도 붙잡고 외치고 싶다. “둑에 물이 새고 있어요. 둑이 무너질 것 같아요. 빨리 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