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10.05 16:30:16
여당도 "반드시 누진제 개편"..한전 "11월까지 완료"
산업용 ''뜨거운 감자''..야당 "인상", 산업부 "우려"
원가연동제, 전력기금도 갑론을박..각론 엇갈려
6일 누진제 선고 결과, 주요 변수로 부상
[나주=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전기요금 누진제, 이번엔 반드시 대폭 개편돼야 한다.”(윤한홍 새누리당 의원)
“누진제·산업용을 비롯해 전반적인 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누진제가 국정감사 현장에서 도마에 올랐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누진제 문제를 난타했다.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총론에 반대하는 의견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과도한 ‘요금 폭탄’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감대는 분명히 이뤄진 상태였다.
문제는 각론이었다. 악마는 디테일(detail,세밀한 부분)에 숨어 있었다. 얼마나 누진제를 완화할지, 요금체계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바꿀지는 여야, 정부, 한전 모두 입장 차를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산업용 인상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다. 주택용 누진제 개편 수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률, 원가(연료비) 연동제 도입 여부도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5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한국전력(015760)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누진제 개편 총론에는 여야 입장이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섰다. “한전의 과도한 흑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김정훈), “지금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적기”(이채익) 등 여당 의원들이 개편론에 힘을 보탰다.
한전도 “겨울철이 오기 전인 11월 말까지는 개편안이 결정돼야 한다”며 누진제 완화 입장을 밝혔다. 조환익 사장은 “(전기를 많이 쓰는) 슈퍼 유저(super user)를 고려하면 누진제는 있어야 한다”면서 “누진 단계를 낮춰야 한다는 시각으로 요금 체계 개편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징벌적 전기요금을 내는 계층에는 결코 현행 전기요금이 싸지 않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서는 이견이 분명했다. 앞서 더민주는 현행 누진 6단계를 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율을 2.6배로 낮추는 대안, 국민의당은 4단계로 완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 여당과 한전은 누진제 완화 수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전기요금 당정 TF(태스크포스)’는 이르면 내달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개편안이 나오면 완화 수준을 놓고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산업용 요금 인상 여부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정 TF 위원인 곽대훈 새누리당 의원은 “전력 소비량의 52%를 차지하는 산업용의 사용량이 경부하 시간대에서 증가하고 있어 전력공급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며 “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요금을 인상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조 사장도 “전력 사용이 쏠리는 경부하 요금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며 “(경부하 요금 인상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더민주, 국민의당은 “산업용 인상 없이는 누진제 개편이 미미하다”며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산업용 요금 인상론이 불거지면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경부하 요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3개 경제단체와 22개 업종단체는 “전기요금을 1%만 내려도 2900억원의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며 경부하 요금제 확대 방안 등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정부도 산업용 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감에서 “대기업(산업)용 전기는 배전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주택용보다 쌀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많다고 해서 전기요금을 더 내라는 건 논리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산업용 원가회수율(총수입/총원가)은 2014년 101.9%로 잇따라 인상됐다. 하지만 한전이 2012~2014년 20개 대기업에 판 전기의 ‘원가부족액’은 3조5418억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저유가 시 전기료를 낮출 수 있는 원가연동제에 대해선 산업부와 한전이 엇갈렸다. 주형환 장관은 지난달 국감에서 “원가가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체계가 돼야 지속 가능한 것”이라며 “전기요금에 원가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환익 사장은 “(판매가에서) 연료비 비중이 50%로 떨어졌다”며 “(도입) 필요성이 떨어졌다”고 선을 그었다. 전력산업기반기금(가구당 3.7%) 부담률의 인하 여부는 야당과 산업부·한전 간 이견이 있다.
이 같은 입장은 6일 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재판부(판사 정우석)는 이날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집단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누진제 도입 42년 만에 처음으로 누진제의 위법성 여부가 가려진다. 피고 한전을 상대로 원고 소비자들이 승소하면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반환, 누진제 대폭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