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대 1' 청약 경쟁률 무색…고분양가에 계약포기 속출
by오희나 기자
2023.10.11 18:39:20
집값 상승에 분양가 상승 추세 탓 '묻지마 청약' 늘어나
호반써밋 개봉·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 결국 무순위 청약
"고분양가에 시세차익 줄고 이자부담 커…선당후곰 주의"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청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일단 넣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이 늘고 있다. 가파른 분양가 상승으로 서울에서 신규 분양 단지가 전용 59㎡ 8~10억대, 전용 84㎡ 12~14억대로 나오고 ‘안전마진’(원가와 판매가의 차이로 기회비용을 고려한 최소한의 만족할 수익)이 축소되면서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은 이달 16일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 전용면적 49㎡ 1가구, 59㎡ 11가구, 84㎡ 59가구, 114㎡ 1가구가 대상이다. 개봉5구역 재건축을 통해 공급하는 호반써밋 개봉은 최고 24층 총 317가구 규모로 조성한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달 초 일반분양 물량 190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다. 당시 1순위 청약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5대1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진행된 계약 과정에서 72가구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취소 대상이 됐다. 전체 190가구 가운데 약 38% 수준이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고분양가가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호반써밋 개봉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914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고층 기준으로 59㎡ 7억7130만원, 84㎡ 9억9860만원 수준이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84㎡는 발코니 확장비용까지 고려하면 1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길 하나를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개봉 푸르지오’ 84㎡가 지난 8월 8억2000만원에 실거래 됐음을 고려하면 주변 시세보다 높아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고분양가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일반분양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미분양 물량도 조만간 무순위 청약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몰려 평균 14대 1로 마감됐다. 당시 59㎡가 9억 3000만~10억 3000만원, 84㎡가 12억 2000만~13억 9000만원대에 달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인근 ‘상도더샵’ 84㎡가 지난 8월 12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을 비교하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청약 문턱이 낮아졌지만 ‘선당후곰’(선 당첨 후 고민) 식 청약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서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1·3대책으로 강남·서초·송파·용산 4개구를 제외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제외되기 때문에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큰데 신축 후광을 받더라도 주변 시세 대비 비싸다면 시세 차익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두 단지의 경쟁률이 높았던 것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서 착시효과가 있었던 것이다”며 “분양가가 높아 이 가격대면 다른 지역 비슷한 가격대의 준 신축 대안이 있기 때문에 청약 포기자가 많았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특히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후분양단지여서 분양권 전매가 안 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을 이유로 포기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며 “다만 무순위 청약은 전국에서 접수할 수 있기 때문에 완판은 문제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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