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 아민 말루프 “문학, 위기의 시대 해결책될 것”
by김미경 기자
2022.10.12 18:13:54
12일 수상 기자간담회서 소감 밝혀
문학 타인 이해하는 데 도움
한국 첫 인상으론 “기적의 나라”
“문학,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타인을 깊게 알고 이해하는데 문학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게 문학의 역할이죠. 문학이 그 어느 시대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토지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11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아민 말루프(73)는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술과 통신기기의 발달이 세계를 매우 가깝게 연결해주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편견과 잘못된 정보로 전 지구적 실질적인 거리감은 더욱 확대됐다”면서도 갈등과 위기의 시대에 문학이 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11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아민 말루프(Amin Maalouf)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아민 말루프는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가로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타니오스의 바위’ 등을 출간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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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난 프랑스 소설가 아민 말루프 작가는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기자로 활동하다 1976년 레바논 내전을 계기로 프랑스로 귀화했다. 말루프는 레바논의 수난과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타자성을 성찰하는 작품을 써와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대표작으로는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타니오스의 바위’, ‘동방의 항구들’, ‘사람 잡는 정체성’ 등이 있다.
말루프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세기를 뒤돌아보면 세계대전이나 냉전 등 인간 갈등이 있었을 때 인간들은 미제문제를 남겼다. 냉전 끝 미해결 된 문제들은 한반도에서도 곪아터져 나왔다”며 “인간이라는 존재는 즉각적이고 단기적 해결방안에 만족하고 결국 장기적 해결 방안을 찾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인간이 장기적 해결방안을 찾았다면 갈등 문제들은 예측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 문제를 보지 못하고 단기적인 것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 해결방안으로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말루프 작가는 “문학이 이런(전쟁, 갈등, 위기) 것들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국가나 국민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문학을 통해 그들이 어떤 마음과 열정을 갖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제는 피상적으로 알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심오하게 알고 깊숙이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중동 관련해 서구나 타 국가에서 잘못 보고 있는 편견을 묻는 질문에는 “수년간 연구한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충분히 알지 못한다. 중동 사는 사람으로서 애매모호하고 틀린 것들도 많다. 관련성을 빠트린 채 얘기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어떤 나라를 알고자 할 때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역사적 작품을 주로 쓰는 이유로는 “출신 때문인 경향도 있다. 혼돈의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역사성 존재성을 드러내는 곳이었다”면서 “역사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는 작가의 작품들을 가깝게 느낀다”고도 언급했다.
한국을 첫 방문한 말루프는 한국에 대한 첫 인상으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기적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그는 “960년대 당시 상황이 비슷했던 중동의 나라들과 달리 당시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번영을 이루고 세계에 그 위상을 구축했다”며 “지금 여전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다른 국가보다 상호 극복 가능한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말루프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고, 17일 광화문 교보빌당에서 대담회를 갖는다. 최신작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소마미디어)도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