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하며 와인 즐기다 문득 '와인냉장고' 생각했죠"

by최영지 기자
2022.01.24 22:00:00

[인터뷰]대유위니아그룹 내 사실상 첫 여성임원 문지혜 상무
홈술 문화는 기회…와인셀러+냉장고 합친 ''보르도냉장고'' 개발
"위니아전자의 경쟁력은 기술력…미국·중남미 선점할 것"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위니아딤채 문지혜 상무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코로나에 집콕하며 와인을 즐겨 마시다가 ‘매일 꺼내 마시면서도 쉽게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와인냉장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바로 만들었죠.”

지난해 와인셀러와 냉장고를 결합한 보르도 냉장고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문지혜(48) 위니아전자 상무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만한 제품은 나부터 사고 싶은 제품이어야 한다”며 탄생 비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상무보로 승진한 문 상무는 그룹 내 몇 안되는 여성 임원 중 한 명이다. 박영우 그룹 회장의 차녀인 박은진 상무를 제외하면 그룹 내 여성 임원은 문 상무가 유일한 셈이다. 보르도냉장고는 독립된 4개 공간의 온도를 개별 설정함으로써 각기 다른 종류의 와인들을 각각 최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고 다른 식자재도 보관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문 상무에겐 늘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소비자들은 보통 냉장고를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 당연히 4도어 냉장고를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4도어 냉장고는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어 우리만의 차별점이 있는 제품을 기획해야겠다고 고민했고, 새로운 트렌드가 된 ‘혼술·홈술 문화’와 ‘밀키트’에 집중했다”는 문 상무의 발언에서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최근에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난 것을 눈여겨보다 와인과 안주를 같이 보관하는 냉장고를 기획했다”고 부연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매일 가볍게 와인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의 경우 간편하게 와인을 보관하고 꺼내 마시기에 와인셀러보단 냉장고가 더 편할 것 같다는 수요 조사 결과도 참고했다. 그는 “와인에 곁들이는 배달음식이나 밀키트의 수요도 늘어나 이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 것이 보르도냉장고”라며 “기존 와인셀러 제품들은 와인만 보관할 수 있지만, 보르도냉장고는 와인과 와인에 곁들이는 음식, 식재료까지 한데 보관하며 매일 쉽게 꺼내 먹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보르도 냉장고의 차별점은 기술력에 있다. 와인 보관에는 일정한 온도와 진동이 필수인데, 위니아딤채만의 온도편차 ±0.3℃ 초정밀 정온기술과 저진동 인버터 컴프레서를 적용, 가정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에서처럼 와인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문 상무의 설명이다.



위니아 보르도 냉장고(왼쪽)와 프렌치 냉장고. (사진=위니아딤채)
아직 보르도냉장고의 성적표는 알 수 없지만 판매현장에서 들을 바로는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게 문 상무의 판단이다. 문 상무는 “냉장고 제품군 중에서 보르도·프렌치냉장고 매출만을 분리하지 않아 정확한 판매량을 알 수 없다”면서도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실제 수요와 시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마케팅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했다.

문 상무의 실력은 사실 그룹 내 잘 익히 사실이다. 대우전자 세탁기연구소에 입사해 그간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군을 기획해 만들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으로 그는 ‘경사드럼’ 세탁기를 꼽았다. 문 상무는 “경사드럼 세탁기는 기존의 드럼세탁기에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드럼통을 기울이고 문 높이를 높게 설치했다”며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물론 승승장구만 해왔던 건 아니다. 그에게 실패는 성공의 열쇠이기도 했다. 문 상무는 “무세제 세탁기는 혁신제품으로 내놓은 것이었는데, 당시 마케팅 전략이 미숙했던 것 같다”며 “반성할 건 반성하며 앞으로의 기획에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문 상무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가전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기술력은 필수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스테디셀러 제품도 계속해서 기능 개선을 하는 등 제품을 발전시켜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며 “김치냉장고 하면 정온·냉각기술에 집중한 위니아딤채를 떠올리듯 위니아 제품이라고 하면 ‘기술력 좋은 제품’을 생각할 수 있게끔 우리만의 색깔을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위니아전자가 국내 사업을 맡는 위니아딤채와 달리 해외 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만큼 미국·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문 상무는 “지금까지 국내제품 기획만 맡았다면 이제 해외제품 기획 업무까지 총괄하게 돼 업무 영역이 더 넓어졌고 책임도 더 커졌다”고 했다.

문 상무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산업 간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며 “생활가전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이 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미래 가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위니아딤채 문지혜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