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지배력 충분, 승계 작업 필요없다"…묵시적 청탁 부인

by한광범 기자
2017.10.12 17:44:18

삼성 "삼성전자·생명, 수년간 비슷한 지배력..지분 확보 이유 없어" 항변
삼성전자 지분 1% 확보에 3.5조 소요..지분율 확대 현실적으로 불가능
특검 "삼성 지배력, 순환출자·금산분리 특혜로 유지..지속 불가능" 반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고법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경계영 기자] 12일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삼성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부정한 청탁’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필요성과 청탁의 범위를 두고 양측은 난타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승계는 당연히 예정돼 있지만 승계 작업은 없었다”며 부정한 청탁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 지원에 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승계가 앞당겨질 수 있지만, 승계 작업은 이와 전혀 별개”라며 “삼성은 추가적인 개편 작업 없이도 선대 수준의 지배력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심 판결문에는 2014년 5월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어느 정도였고 어떤 이유 때문에 포괄적 승계작업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 부회장은 당시에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며 “여건만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회장직을 승계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포괄적 승계 작업을 추진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심이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판단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그룹 내부지분율은 18% 정도이고 외국인 지분율 54%다. 이 같은 지분율은 수년간 비슷했다”며 “내부지분율 확보만으로 경영권 확보가 불가능하다. 지분 1%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지분율을 높이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은 승계 이후 현재 같은 지분구조 상에서도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삼성전자 지분구조의 근간을 변경하는 포괄적 승계 작업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삼성생명과 관련해서도 “이미 내부 의결권 지분율이 52%에 달한다. 상속세나 증여세 재원을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각해도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승계 작업’이라는 개념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특검은 “경영권 승계 작업은 단순히 지분 비율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며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승계받아야 할 지배구조는 기본적으로 순환출자와 금산분리라는 법률적 특혜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2013년부터 순환출자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와 관련된 사회적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기존 지배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 변화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편해야만 이 부회장이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이 회장으로부터 온전히 승계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삼성은 와병으로 이 회장 유고시 발생할 막대한 상속세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삼중고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 본인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을 당시 지주사체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며 “이를 토대로 이 부회장이 승계받고자 하는 지배구조는 기존 순환출자구조가 아닌 지주회사체제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1심의 판결이 ‘부정한 청탁’을 매우 좁게 해석했다며 무죄로 판단된 ‘개별 현안’까지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청와대 말씀자료 등을 통해 개별 현안과 포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개별 현안에 대해서도 적어도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또 1심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해서도 “두 재단은 출연 이전엔 공익 단체로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며 “30분이라는 짧은 면담 시간에 현안 청탁과 사적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선 아울러 안종범 전 경제수석·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수첩,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특검 2차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여부를 두고도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다음 공판기일인 19일엔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과 관련해 양측이 프리젠테이션 공방을 벌인다. 1심은 승마지원 중 실제 지원된 금액 중 차량 부분을 제외하고 단순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차량 지원도 뇌물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승마 지원에 대가성이 없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이와 관련된 공모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3차 공판엔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의 성격, 재산국외도피 액수, 승마 지원을 위한 횡령금액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