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업황 부진에도 동박 '뚝심투자'

by하지나 기자
2024.02.01 17:59:02

■다시 뛰는 석화사
폴란드공장 올해 완공 차질없이 추진..9000억 투자
비주력 사업 매각..배터리·반도체소재 사업재편 가속화
배터리 수익성 회복 관건..원가절감효과 올해부터 반영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SKC가 5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유력한 가운데, 반도체·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도 SKC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의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SK넥실리스는 2800억원 규모의 넥실리스매니지먼트유럽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했다. 넥실리스매니지먼트유럽은 이 자금을 활용해 또다시 넥실리스 폴란드 법인의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했다. 폴란드 법인은 유입된 자금을 폴란드 공장 건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SK넥실리스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 지역에 연산 5만7000톤(t) 규모의 동박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완공 목표에 맞춰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넥실리스 폴란드 법인은 2022년 5월 1006억원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2022년 8월 1200억원 △지난해 1월 1382억원 △7월 1808억원 △11월 800억원 등 총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도 연산 5만7000t 규모의 동박 생산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출하를 시작으로 공장 가동을 본격화했다. 2020년 SK넥실리스(옛 KCFT) 인수를 통해 동박을 새 성장 동력 사업으로 낙점한 SKC는 곧바로 말레이시아 진출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7월 2550억원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에도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다.

SKC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 사업부 매각을 통해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배터리와 반도체,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2022년 회사의 모태 사업인 필름 부문을 1조6000억원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에는 폴리우레탄을 만드는 SK피유코어를 4103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이어 반도체 소재사업 투자사 SK엔펄스가 영위하던 반도체 전공정 기초소재 사업을 처분하는 한편, 반도체 솔루션 기업 ISC를 5225억원에 인수했다.



다만 업황 부진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2022년 이후 해외 증설 투자 본격화로 설비투자 비용이 확대되며 SKC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SKC는 지난 2022년 4분기 24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역시 284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소재의 수익성 회복이 실적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우려 속에서도 SKC가 뚝심있게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의 전경.(사진=SKC 제공)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는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 부진, 경쟁심화에 따른 물량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강도 높은 재고조정이 진행되면서 정읍공장 매출액이 전년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원가경쟁력이 높은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과 수율이 상승하면서 동박 경쟁력이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C는 말레이시아, 폴란드 외에도 북미 투자 역시 검토 중이다. 지난해 7월 SK넥실리스는 토요타그룹의 상사 기업인 토요타통상과 북미 시장에서 동박을 생산·공급하기 위한 합작회사(JV) 설립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화학부문의 수익성이 약화된 가운데 반도체 소재 부문은 이익창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글라스기판, 친환경 소재 등 신규사업들의 경우 본격적인 이익창출 시기는 2~3년 후로 예상된다”면서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수익성 회복 수준은 SKC 수익성 측면의 중요한 모니터링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