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결국 이준석 접촉 조차 못했다…유승민, 복귀 시동걸까

by배진솔 기자
2022.08.12 16:46:19

주호영 "李에 직·간접적 연락했지만 접촉 이뤄지지 않아"
이준석, 13일 기자회견 예정대로…2030 당원 움직임도
유승민, 尹 직접 비판…유의동·김웅 등 유승민계 결집
유승민, 당대표 적합도 조사서 1위…신당 창당 지지율도 ↑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내홍 수습을 위해 이준석 대표와 만남을 가지려했지만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표는 주 비대위원장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곧바로 13일 ‘자동 해임’ 비대위 출범에 대해 입장을 전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하거나 중앙 정치 무대로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도지사 경선 이후 자취를 감췄던 유 전 의원의 활동에 관심이 집중된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후 부산 서면 소민아트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북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비대위원장은 12일 오전 출근길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만남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는데 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접촉 자체가 안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앞서 주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9일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이 대표를 향해 “정치적 문제를 사법절차로 해결하는 건 하지하의 방법”이라며 만류한 바 있다. 또 이 대표와 만나 설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10일 곧바로 서울남부지법에 당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예고했던 13일 오후 여의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청년 당원 모임을 주축으로 모인 ‘국바세’(국민의힘 바로 세우기)도 전날 가처분 신청을 하고, 이날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당 비대위를 압박했다. 국바세는 비대위 체제 전환을 ‘당원 쿠데타’로 규정하고 “당원들이 직접 선출한 당 대표에 대한 당원주권침해”라고 반발했다. 총 1558명의 책임 당원이 가처분 신청에 참여하고, 2502명의 당원과 일반 시민이 비대위 출범 규탄 탄원서를 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7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청년 당원들과 함께 신당 창당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 측과 유 전 의원 측 모두 가능성은 낮은 얘기라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시선은 잠행을 이어가던 유 전 의원의 활동에 시선이 쏠려있다.

유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김은혜 전 의원에게 낙선한 뒤 ‘반윤(反尹)’ 인사로 돌아섰다. 최근 유 전 의원은 직접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며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 의회 대표를 패싱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휴가 중 연극을 관람하고 뒤풀이에 참석한 것을 거론하며 “대학로 연극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라고 비판했다.

활동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엔 맹비난을, 이준석 대표엔 위로를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당이 비대위 수순을 밟게 되자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기하얼굴들의 ‘그건 니 생각이고’ 노래를 공유하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내 의원들 중에서도 ‘유승민계’ 의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포착된다. ‘진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의동 의원은 지난 9일 상임전국위에서 중도 이석하며 항의를 표했다. 김웅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홀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태경 의원은 전면에서 ‘당헌개정안’을 꺼내들며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유승민계가 중앙 정치 무대로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시작할지 주목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0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유승민, 이준석이 상당히 높게 나온다. 둘이 합치면 압도적”이라며 “그런 연대도 한번 모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이 될 경우 이 대표는 젊은 세대와의 만남을 계속할 거다. 계속 입당도 시킬 거고. 두 번째는 가장 자기한테 유리한 게 뭐겠냐. 제일 잘하는 게 미디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핵관 존재가 국민들에게 사실상 버림받다시피 했기 때문에 그들도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이 대표가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유 전 의원과 이준석 대표는 각각 23.0%, 16.5%로 1·2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4.6%)

또 유 전 의원과 이 대표가 보수신당을 창당할 경우 국민의힘보다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결과도 나왔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8~10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18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선거 및 사회 현안 4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2.5%가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신당을 만든다면 지지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9.8%였다.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