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현 기자
2020.11.03 16:36:23
금감원 주도로 은행 10곳 자율협의체 구성
배상계획 미제출…금감원, 대응책 없어
[이데일이 이승현 기자]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에 대한 은행의 배상방안이 결국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까지 키코 은행협의체에 피해기업 구체적 배상계획안 등 제출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내용도 받지 못했다. 은행들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금융당국은 제출시한을 당초 지난 9월 말에서 10월 말로 한달 연장해줬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은행들이 자율배상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6개 은행이 4곳의 기업에 키코상품 불완전 판매를 한 잘못이 있다며 손해액의 15~41% 배상을 권고했다. 이와 별개로 은행들은 분쟁조정 대상이 아닌 기업들에 대해 자율적으로 배상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6월 말 키코 은행협의체를 꾸렸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한국씨티·SC제일·HSBC·대구은행 등 10곳이 참여했다. 형식은 은행의 자율적 모임이지만 실제로는 금감원이 주도한 성격이 강했다.
구제 대상은 키코계약 오버해지가 발생한 206곳 중에서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문을 닫은 곳 61개사를 제외한 145개 기업이다. 총 배상액은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은행 협의체는 금융당국과 3번 정도 회의를 가졌지만 도출된 내용은 없다. 협의체 내에서 총대를 메고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은행이 없었다. 은행 협의체는 아무런 조율 역할을 하지 못했다.
피해기업들이 은행 출연금으로 구제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먼저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협의체는 이런 방안에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은행으로선 자율배상은 법적 강제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키코 피해기업 손해배상은 민법상 소멸시효 10년이 지났다. 특히 금감원 분조위 권고에 대해 6개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5곳이 거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분조위 권고를 모두 수용했어야 자율협의체도 좀 탄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은행들의 키코 피해기업 자율배상 방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어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도 “상황을 봐서 필요하면 다시 (자율배상안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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