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부통제 부실도 책임…DLF 투자손실 최대 80% 배상받는다(재종합)
by박종오 기자
2019.12.05 18:05:41
| DLF피해자대책위원회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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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원금을 날린 투자자들이 잃은 돈의 최대 80%를 배상받게 됐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투자자 손해 배상 비율로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금융회사에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5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고 DLF 투자자 6명의 분쟁 조정 신청 안건을 심의한 결과, 은행이 투자자에게 투자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DLF에 1억원을 투자해 9000만원을 날린 투자자라면 은행으로부터 최소 3600만원(9000만원의 40%), 최대 7200만원(80%)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상대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은 “이번 DLF 분쟁 조정의 경우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 추구와 심각한 내부 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 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최초로 투자자 손해 배상 비율에 반영했다”며 “배상 비율 80%는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 분쟁 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실액의 80%를 배상받게 된 투자자는 과거 투자 경험이 없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79세의 치매 환자였다. 우리은행은 이 고령 소비자의 투자 성향을 임의로 ‘적극 투자형’이라고 서류에 쓰고 별다른 설명 없이 위험 등급이 가장 높은 1등급인 DLF의 가입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했다. 또 고령자에게 고위험 투자 상품을 팔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은행 지점의 감사 업무 책임자 확인 절차도 건너뛰었다.
이는 은행이 소비자의 재산과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해 부적합한 금융 상품 투자를 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적합성 원칙’과 상품의 주요 내용을 반드시 설명하도록 한 법상 ‘설명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분조위의 판단이다.
투자 경험이 없는데도 은행이 투자 성향을 가짜로 작성하고 “과거 사례를 볼 때 손실 가능성이 없다”며 DLF 가입을 권유한 60대 주부도 배상 비율 75%를 적용받게 됐다. 하나은행에서 정기 예금 상품에 가입하려 했으나 직원의 잘못된 설명을 듣고 DLF에 가입하게 된 소비자도 손실액의 65% 배상이 결정됐다.
이번 분쟁 조정에서 금감원은 과거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배상 비율을 적용했다. 지난 2005년 우리은행 ‘파워인컴펀드’ 사태 ,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태를 포함해 분조위가 지금까지 적용한 최고 배상 비율은 70%였다.
이번에 역대 최고 배상 비율이 결정된 것은 금감원이 과거처럼 단순 금융 상품 판매 단계에서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위반 등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내부 통제 부실까지 투자자 손해 배상에 반영해서다. 은행 본점 차원에서 DLF 상품의 손실 위험성을 무시하고 내부 직원에게 판매 실적 압박을 한 책임을 손해 배상 비율에 추가로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DLF 투자 손실로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으나 이번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투자자 204명은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손실액의 최소 20%에서 최대 80%를 배상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배상 비율은 은행이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부당 권유 금지 등 개별 항목 1개를 위반했을 경우 기본 20%를 적용하고, 2개 위반 시 30%, 3개 모두 위반 시 40%를 적용한다. 여기에 은행 본점의 내부 통제 부실 책임과 DLF가 초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25%를 더하고, 개별 투자자의 연령과 과거 투자 경험 등을 반영해 최종 배상 비율을 결정한다.
송평순 금감원 팀장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투자자는 손실액의 최소 20%에서 최대 80%를 배상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분조위가 결정한 배상 기준을 은행에 전달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투자자 배상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조속히 배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김상대 국장은 “은행이 배상 계획을 세워서 고객에게 안내할 것”이라며 “만약 은행이 제시한 배상 비율에 불만이 있다면 금감원에 다시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