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IS 격퇴엔 선봉…아랍주민엔 전쟁범죄 자행"

by연합뉴스 기자
2016.01.20 19:44:08

(이스탄불=연합뉴스) 이라크와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아랍족 주민을 상대로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쿠르드족은 수니파 아랍족이 거주한 IS 점령지를 탈환하고서 마을 전체를 파괴하거나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국제앰네스티(AI)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군조직인 페쉬메르가와 쿠르드족 민병대 등이 이라크 북부에서 아랍족 마을을 고의로 대거 파괴했다고 밝혔다.

AI는 이라크 북부 13개 마을에 현장조사를 하고 목격자와 강제 이주한 희생자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쿠르드의 아랍족 마을 파괴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위성사진 등의 증거들을 제시했다.

AI는 쿠르드는 이라크 북부에서 IS를 격퇴하고서 민가 수천채를 불도저로 밀어버리거나 불을 지르는 등 파괴한 것은 아랍 지역사회를 없애버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아랍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일종의 ‘인종 청소’는 페쉬메르가 외에도 야지디족 민병대, 시리아와 터키의 쿠르드족 민병대가 함께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조사한 AI의 도나텔라 로베라 수석자문관은 “KRG의 군대는 이라크 북부에서 마을 전체를 파괴하고 아랍족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합동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적 정당성이 없는 민간인 강제 이주와 고의적 민가 파괴는 전쟁범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랍 민간인 수만명이 집에서 쫓겨났고 지금은 열악한 임시 천막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들은 생계수단을 잃었고 집과 재산이 파괴됐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금지됐다”고 덧붙였다.

AI는 KRG 관리들이 아랍 주민의 재배치는 보안상 필요했다고 반박했지만 IS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처벌한 것이며,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이 지역의 쿠르드족을 강제로 이주시킨 것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로베라 수석자문관은 “KRG는 IS에 동조한 개인을 상대로 공정하게 사법처리 해야 한다”며 “일부 주민이 IS에 가담했다는 모호한 판단을 근거로 마을 전체를 무차별적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페쉬메르가가 IS를 격퇴한 디얄라 주 타바지하미드 마을의 주민 마헤르 누불은 AI와 인터뷰에서 “페쉬메르가가 장악하고서 불도저로 마을을 밀어버렸다. 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모두 부숴버렸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AI 조사관도 지난해 11월 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건물들이 모두 부서진 것을 목격했으며, 위성사진에도 세워져 있는 구조물이 없는 것이 확인됐다.

AI는 KRG에 민가 불법 파괴를 중단하고 피해보상을 해야 하며 강제로 이주한 민간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AI는 또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과 페쉬메르가를 지원하는 영국, 독일 등은 이런 국제 인권법 위반을 비난해야 하며, 지원이 이런 인권침해를 촉진하는 데 쓰이지 않도록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지난해 10월에도 ‘시리아: 미국의 동맹, 전쟁범죄 수준의 마을 파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시리아 쿠르드족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이 자치권을 행사하는 지역에서 아랍족 등의 민가들을 파괴하고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 역시 지난해 7~8월 시리아 하사카와 락까 주에 PYD가 통제하는 14개 마을에서 시행한 현장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PYD는 2014년 1월 코바니와 아프린, 자지라 등 시리아 북부 3개 도시를 중심으로 자치정부를 수립했다고 선포했다.

시리아 반군 측 단체인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 역시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PYD 소속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 등이 IS로부터 탈환한 아랍족 마을에서 민가를 불도저로 부수거나 불을 태우고 주민들을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SNHR는 또 문서로 확인된 사례를 집계한 결과 PYD 측은 시리아 내전 기간에 민간인을 고문해 407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미성년자 51명과 여성 43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SNHR는 최신 사례로 지난해 11월29일 PYD 소속 민병대가 시리아 알레포 주 외곽 마르민 마을을 장악해 주민 다수를 IS 조직원 등의 혐의로 체포해 아프린으로 이송했으며, 고문으로 여성 1명이 숨지고 미성년자 5명이 총살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