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칩워에 韓 불똥 튀나…재계 "국가가 인프라 지원 나서야"
by조민정 기자
2024.11.26 17:19:06
바이든, HBM 중국향 선적 제한 추가 제재
'엔비디아 공급망' 삼성·SK 타격 불가피
"첨단산업 경쟁력 위해 과감한 지원 필요"
전력·용수 턱없이 부족…인프라 구축 필수
[이데일리 조민정 김소연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추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한다는 소식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있는 한국도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재계에선 우리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첨단산업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최근 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추가 규제 도입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 최다 200곳이 ‘무역 제한 목록’에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미국 기업들은 이들 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다음달 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의 하나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향 선적을 제한하는 또 다른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을 기업은 엔비디아다. 간밤 엔비디아 주가가 4% 넘게 급락한 이유다. 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탓인데, 엔비디아를 파트너를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 역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HBM을 대부분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HBM3E 8단·12단 납품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가속기인 G200에 들어가는 HBM을 공급하고 있다.
경제계와 산·학·연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대중 제재 등 대외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 첨단산업 인프라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일 단지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첨단 시스템 반도체 단지로 2042년 조성될 예정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가 반도체 특별법 등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손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에서 의원연구단체 ‘미래 국토인프라 혁신포럼’과 공동으로 개최한 ‘첨단산업 필수 인프라 세미나’에서 “전체 수출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국가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은 반도체에 대한 지원조차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지적이 많다”며 “정부와 국회는 법·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 대표 의원인 송석준 의원도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신속하고 과감한 입법과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한목소리를 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송전망 인프라가 지역주민, 지자체, 규제 등으로 66개월에서 최대 150개월까지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과 인근 지역 발전소 건설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프라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 책임 의무화, 지원의 인프라 종합관리 시스템 도입 등의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