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합작법인 설립에 데이터기업 인수까지"…구광모의 뉴LG '가속'
by신민준 기자
2021.01.07 15:38:31
오는 5월 구본준 계열분리 앞두고 뉴LG 구축 속도
LG전자, 美데이터분석기업 알폰소 8000억원에 인수
하드웨어 중심 기존 TV사업 구조에 콘텐츠 역량 추가
전자·화학·통신 사업 중심의 미래 먹거리 확보 주력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올해 취임 4년차를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뉴(New) LG’ 체제 구축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뉴LG 체제의 세 축인 전자·화학·통신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구광모 L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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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066570)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텔레비전(TV) 광고ㆍ콘텐츠 데이터분석기업(스타트업) 알폰소(Alphonso Inc.)에 약 8000만달러(약 870억원)를 투자해 지분 50% 이상을 취득했다고 7일 밝혔다.
2012년 설립된 알폰소는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솔루션으로 북미 1500만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알폰소는 이를 기반으로 LG전자와 △샤프 △도시바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 글로벌 TV 제조업체와 솔루션 기술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LG전자가 알폰소의 광고·콘텐츠 분석 역량을 활용하게 되면 LG TV를 구매하고 시청하는 고객에게 무료 방송서비스 LG 채널 등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알폰소는 북미중심이던 사업 지역을 LG전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알폰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스타트업 문화에서 비롯되는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경영진과 직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제조와 판매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TV사업 구조에 콘텐츠 역량 더해 추가 성장동력 확보하게 됐다. LG전자의 연간 TV출하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3000만대에 육박한다.
전자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에 이어 이번 알폰소 인수에도 구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들에게 속도감 있는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확보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왔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23일에는 글로벌 3위의 자동차부품기업인 마그나 인터내셔널(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과 협력해 LG전자의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마그나와 JV를 통해 전자사업의 하드웨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알폰소 인수로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강화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실제 LG그룹 계열사들은 국내외 M&A사례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 회장이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힘을 실어준 AI와 로봇사업에서 차기 M&A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M&A를 통해 꾸준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 회장의 취임 첫 해인 2018년 LG유플러스는 헬로비전을 800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기업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한 뒤 자동화 로봇기업 로보스타도 790억원에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5월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3세대 계열 분리 마무리로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는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이라며 “구 회장은 경영 철학인 선택과 집중에 따라 비주력사업은 미련없이 정리하고 미래 성장 사업은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