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서울시, 자구안 핵심 '송현동 부지' 놓고 첫 대면... 타협점 찾을까

by이승현 기자
2020.08.20 17:16:38

20일, 권익위 주선으로 양측 관계자 만나 의견 나눠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대한항공, 공원 만든다는 서울시
매각가..대한항공 6천억 vs 서울시 4천억
"양측 입장차 커 중재안 도출 쉽지 않을 것"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요청으로 마주 앉았다. 권익위가 입장차가 극명한 양측을 설득해 중재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중재안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이날 오전 권익위와 함께 만나 송현동 부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 등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시의 행정절차 진행을 막아달라고 권익위에 민원을 냈다. 또 지난 12일에는 권익위에 ‘송현동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일방적 지구단위계획변경안 강행을 막아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권익위는 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날 만남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땅에 공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매각이 중단됐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서울시가 이 땅을 매입할 경우 대한항공이 원하는 가격과 매매시기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가격의 경우 대한항공이 기대하는 매매가는 6000억원 선이다. 이는 현재 토지가치에 개발 후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반영한 가격이다. 실제로 이 정도 가격에도 이 땅을 사려는 민간업체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시가 매입할 경우 이 정도 가격을 받기 어렵다. 서울시의 절차에 따르면 감정평가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 4000억원 선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보상비로 4671억원을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의 기대가격과 2000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매매시기도 문제다. 당장 현금확보가 시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연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시가 사게 되면 자체감정평가, 예산 확보 등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매각까지 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서울시는 땅값을 2021~2022년 분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서울시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고 비판해 왔고,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 땅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대한항공 측에 전달하고 부지 매각 협상을 벌여왔는데 갑자기 대한항공이 태도를 바꿨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7차례 대한항공과 만나 실무선에서 협의를 해 왔는데 대한항공이 갑자기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 방침을 발표한 이후 시의 요청에도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면서 마치 시가 일방적으로 공원 계획을 강행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권익위가 중재안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가격과 시기 모두 양보하기 어려운 조건이고 서울시 역시 공원화 계획을 철회할 의사가 없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권익위가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협상 결과를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권익위의 의견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나오는 대안은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가 아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캠코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 경우 대한항공은 땅값을 받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서울시는 캠코로부터 이 땅을 사서 공원을 만들면 된다.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협상에서 이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한 만큼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결론이 나오기 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