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7.02.20 17:14:28
지난해 유류세 23조 돌파, 사상 최대
기재부 "유류세, OECD 20위로 저렴"
소비자 "물가인상 커 체감 유류세 과도"
"2008년처럼 한시적 인하 검토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해 유류세가 23조 이상 사상 최대 수준으로 걷혀 유류세 적절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안정적인 세수 확보 수단을 놓지 않으려는 정부와 유류비 부담을 주장하는 소비자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미세먼지 감축을 이유로 경유값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세금 논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인 이유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류세는 23조7300억원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이 걷혔다. 교통에너지환경세(국세)가 15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걷혔고 주행세(4조원), 교육세(2조3000억원), 부가가치세(2조2000억원) 순이었다. 유류세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다음으로 세액이 큰 세수다.
게다가 정부는 현재 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와 비교해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대비 유류세 비중은 OECD 23개국 중 20위 수준(2013년 10월 기준)이다. 가격 대비 세금(교통·주행·교육·부가가치세)은 한국이 48%로 OECD 평균(54%)보다 낮았다. 영국이 61%, 독일·프랑스가 각각 58%, 일본이 38%였다.
현재보다 유류세를 낮출 경우 후유증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유류 소비가 과도하게 늘어나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문제만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이 싸지면 차량 이용이 많아져 대기오염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2021년 시행되는 파리협약 앞두고 온실가스·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오히려 세금을 올리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정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경유값 인상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경유값 인상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당시 대책에는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상대가격 연구용역을 거친 뒤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은 오는 6월 용역을 완료해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인상인지, 인하인지 방향이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종량제 방식으로 정액제로 붙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해도 세금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현 유류세는 2009년 4월 개편 이후 바뀌지 않았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 등 시장환경이 변했는데도 정부는 7년 넘게 세제 개편에 손놓았다”며 “기름값 중 세금이 60%나 과도하게 부과될 정도로 현행 세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물가 부담까지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0% 올랐다.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채소, 계란 등 식료품 가격이 뛰면서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1월 수입물가 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5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수입→생산자→소비자’ 물가 순으로 올라 봄철에 가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이 같은 물가 부담을 고려해 이미 유류세를 인하한 경우도 있다. 2008년 당시 수송용 유류(경유·휘발유·LPG 부탄)에 대해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가 10% 인하됐다. 당시 유류세 인하로 인한 조세지원 규모는 1조3000억원이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기름, 담배, 주류, 복권 등에 부과되는 세금까지 고려하면 간접세 규모가 만만치 않다”며 “세수가 충분한 상황에서 유류세 등 간접세 인하로 가계 부담을 줄여줄수록 소비진작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