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흔들리는 효성 어디로 가나
by정태선 기자
2014.07.10 17:35:57
경영승계 가속화 계기될까
둘째 견제 속에 장남 고지 '선점'
효성 "재판과정에서 소명 중"..선긋기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효성그룹이 끊임없는 악재로 시달리고 있다. 탈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회장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은 데다 조 회장의 2남인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PG장(부사장)이 형 조현준 섬유PG장(사장)과 동생 조현상 산업자재PG장(부사장)을 겨냥해 관련 인물을 검찰에 고발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인 셈이다. 효성은 이런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후계구도를 서둘러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팎으로 시달리는 효성
증선위는 지난 9일 효성에 대해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하고 대표이사인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등 2명에게 해임 권고 조처를 내렸다. 효성은 1998년 효성물산 등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불량 매출채권 등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않고 승계한 후 유형자산·재고자산으로 대체 계상해 자기자본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05년부터 최근까지 재고자산과 유형자산을 허위로 계상한 금액은 6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증선위는 파악하고 있다.
또 다른 악재는 형제간 불란이다.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PG장이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 두 곳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명목상 피고발인은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현대 대표지만, 두 회사 최대주주인 형과 동생의 배임·횡령 혐의를 겨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조 전 부사장은 고발장에 트리니티에셋이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66여 억 원의 손해를 입혔으며, ㈜신동진도 부실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는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형과 동생의 지시와 묵인에 따라 시행됐고, 이들이 수혜를 봤으니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사장은 트리니티 지분 80%, 조현상 부사장은 신동진 지분 80%를 갖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이들 회사의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경영승계구도 가속화 될까
효성의 발목을 잡는 각종 악재는 경영승계 갈등이 시발점이 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효성을 겨냥한 국세청, 검찰 등의 조사과정에 일부 깊숙한 내부자료가 흘러들어 갔고, 사정당국 조사와 함께 형제간의 지분 경쟁이나 이탈,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효성의 경영승계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에 기소된 조석래 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9세의 고령인 그는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 데다 올해 초 전립선암이 발견돼 최근 방사선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증선위의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후계구도를 앞당겨 정리할 것이란 추측이다.
업계에서는 ‘장자 승계 원칙’이나 ‘양 날개 체제’ 등 아직 설만 나돌고 있다. 현재까지는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46)이 가장 근접해 있고, 삼남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43)이 뒤를 떠받며 잠재적인 경쟁자로 있다. 지난 2일 효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효성의 최대주주가 조석래 회장(10.32%)에서 조현준 사장(10.33%)으로 바뀌었다.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은 10.05%다. 업계 관계자는 “유교적인 가풍을 소중히 여기는 조 회장이 형제간에 비슷한 능력이라면 장자에게 무게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형과 동생을 향해 칼을 빼든 조현문 전 부사장(45)도 승계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조 회장이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오해를 풀기 위해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갔지만 만나주지 않는 등 부자지간에도 이미 담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장남 조 사장은 둘째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 조 회장과 함께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효성과 한국타이어로 분리했듯 형제간에 그룹을 분할해 나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효성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충분히 소명하고 있으므로, 재판결과를 지켜본 후 판단할 사안”이라며 조 회장의 용퇴문제에 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또 조 회장도 회사 경영에 관한 의지가 강해 승계 문제를 정리하는 데는 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