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마저 등돌린 '검수완박'…민주당의 4가지 모순
by한광범 기자
2022.04.12 17:09:06
①'檢 권한축소' 공약하고선…유례 없는 특수통 우대
②조국 수사로 檢 개혁 속도내면서 특수수사는 남겨
③수사권조정 1년간 경찰 핑퐁식 사건처리 해결 못해
④'검수완박' 주장하면서도 수사권 이관대책은 아직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움직임에 법조계 비판이 거세다. 검찰의 조직적 반발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까지 성급한 추진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법조계의 비판은 그동안 검찰 개혁을 둘러싼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 회동에 참석하기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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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검찰 개혁 공약으로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고 검찰은 기소·공소유지 및 보충수사권만 갖는 방안을 내걸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취임 후 방향은 전혀 달랐다. 문 대통령은 취임 8일 만에 당시 한직을 떠돌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대전고검 검사)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전격 임명하며 특수통 우대를 본격화했다.
실제 윤 당선인 임명 후 서울중앙지검은 유례가 없는 특수통 천국이 됐다. 특수수사와는 수사방식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공안수사를 책임지는 2차장에도 특수통이 임명되는 등 서울중앙지검은 말 그대로 윤석열 사단 특수통의 독무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후 국정농단·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소위 ‘적폐수사’를 강도 높게 벌였다. 과거부터 특수수사의 문제로 지적돼 온 먼지떨이식 수사, 별건수사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적폐수사를 극찬했다. 적폐수사 이후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한동훈 검사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당선인을 보좌했던 주요 인사들 다수가 대검 참모로 이동했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특수통 우대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문재인 정부는 2년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특수, 공안, 기획, 형사 등 견제와 균형을 이루던 검찰 내부의 인사원칙이 무너진 인사였다”며 “형사부를 우대하고 별건수사 등이 문제가 돼 온 특수수사를 축소하겠다는 공약과도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갑자기 바뀐 건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이후였다. 조 전 장관 지명 이후 각종 의혹이 불거진 후 검찰은 재빠르게 수사에 나섰고 조 전 장관은 결국 임명 5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와 윤 당선인과의 관계도 조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틀어졌다.
이후 검찰 개혁 입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각각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1차 검찰개혁 입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6대 범죄’로 줄였지만 특수수사 기능은 사실상 유지했다. 검찰이 다른 수사기관에 비해 뛰어난 특수수사 능력을 발휘한 만큼 이를 고려한 조치였다.
기존에 대부분 경찰이 도맡았던 범죄들에 대해선 경찰에게 1차 수사종결권을 줬고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삭제했다. 고위공직자 비리 범죄 수사를 전담할 공수처를 설치했고 수사에 대한 우월적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수사권 조정은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같은 새 제도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엄단할 것이라던 공수처는 수사력 부족과 정치적 편향성이 도마에 올랐고, 검경수사권 조정도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6대 범죄를 제외한 사건의 경우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 결정에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청만 할 수 있다. 경찰관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다른 경찰관이 다시 수사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사건 처리는 상당기간 지연되는 ‘핑퐁식 사건 처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개선보다는 검수완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패배 이후 윤 당선인이 ‘검찰 권한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자 민주당 내부에선 이에 대한 반발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 주장이 더욱 강해졌다.
|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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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방향을 논외로 하더라도 법조계에선 민주당의 검수완박이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수사권을 이관받을 기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 박탈에만 목을 메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주장했던 조응천 민주당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 수사권이 이관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부족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일단 검찰 수사기능을 분리한 후 일단 경찰에게 수사를 하도록 하되, 이후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수사권 조정 이후 야기된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성원 14만명의 거대 조직은 경찰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으로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상황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사건처리 지연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주요 수사를 모두 떠맡을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대한 경찰 조직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논의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의 70년 숙원인 자체 수사종결권을 주고, 경찰 권한 분산을 위해 자치경찰제 등을 도입했지만 시행 1년이 넘도록 제대로 정착이 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지휘 강화로 경찰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1차 수사에 경찰 자율권을 준 기존 민주당 검찰 개혁안과 배치된다.
민주당의 이 같은 앞뒤 맞지 않은 개혁 추진 방향이야말로 법조계가 민주당의 속내를 의심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역 법원 소속 한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검찰이 밉다고 거대 조직인 경찰을 풀어주더니 이제는 정반대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기적으로 중수청이 만들어지더라도 ‘수사 공백’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법조계에선 중수청이 실제 만들어지더라도 공수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수사 검사들 중 일부가 중수청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법조계 시각은 부정적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 신분을 포기하고 수사만 하게 될 중수청으로 옮길 검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