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항공사, 실적 호조 전망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by신민준 기자
2021.07.21 16:07:29

대한항공, 2분기 매출 2.1조·영업익 1418억…전년比 16.9 ·28.7% ↑
아시아나, 2분기 매출 9831억·영업익 277억…전년比 10.9·18.2%↑
코로나 팬데믹에 화물 비중 급증…여객 1년만에 급락
"사실상 불황형 흑자로 여객 수요 회복해야"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대형 항공사들의 올해 2분기 실적 호조가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들은 장밋빛 전망에도 마냥 웃을 수만 없다. 실적 호조 이유가 항공사 본연의 업무인 여객 수송이 아닌 화물 수송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객 수송은 승무원 등의 고용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여객 수송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장밋빛 전망에도 실리는 없다는 것이다. 대형 항공사들은 올해 여름 정부의 트래블버블(격리면제여행권역) 협정에 맞춰 여객 수송 회복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화물기 B777. (사진=대한항공)
21일 항공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분기(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조1096억원과 영업이익 141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28.7% 늘어난 수치다. 대한항공이 2분기에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 작년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어난 9831억원이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8.2% 늘어난 277억원이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전분기와 비교하면 흑자전환이 예측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형 항공사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양 항공사의 화물 부문 매출 비중이 각각 67.0%(1조4142억원)와 71.4%(7028억원)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주된 업무는 여객 수송이 아니라 화물 운송인 셈이다. 항공 화물운임 인상과 물동량 증가에 따른 화물 사업 호조가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대한항공의 작년 1분기 매출은 2조3788억원으로 여객 부문 매출이 절반이 넘는 53.9%(1조2828억원, 화물 6576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역시 매출 1조2940억원 중 여객 부문이 48.9%(6330억원, 화물 3330억원)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2분기부터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여객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며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항공기로 전환하면서 화물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한 고육지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작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여객기 총 16대(B777 10대, A330 6대)를 화물기로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여객기 총 4대(A350)를 화물기로 개조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현 상황이 길어지거나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기존 국제선 110개 노선 중 약 32% 수준인 35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나는 국제선 71개 노선 중 현재 24개(33.8%)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각각 7000여 명, 3600여 명이다. 이들 중 노선 운영 중단으로 휴직 중인 직원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오는 9월부터 종료되는 만큼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고용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들의 실적과 관련해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지만 사실상 불황형 흑자와 다름없다”며 “사이판 등 트래블버블 효과가 기대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투명하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항공사들의 불황형 흑자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