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국제중 폐지" 6년 전부터 외쳤던 조희연의 `큰 그림`
by신중섭 기자
2020.06.11 17:09:14
대원·영훈국제중 재지정 취소 후 "공정·객관" 先해명
조희연, 6년 전 초선 때부터 `국제중=특권학교` 비판
학교 유리한 `만족도`배점↓, 불리한 `교육비·감사지적`↑
평가는 2015년부터, 바뀐 평가지표 공개는 작년 12월
국제중 두 곳 "불공정한 평가"…법적대응에 또 혼란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이번 평가는 국제중학교를 폐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 아닙니다. 지난 5년간의 운영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임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지난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대원·영훈 국제중의 재지정 취소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제중 폐지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의도적으로 평가지표를 학교 측에 불리하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학교 측의 항변이 나올 것을 예상해 던진 말이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등교 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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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조 교육감의 선제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제중을 둘러싼 의심은 걷히지 않고 있다. 조 교육감이 국제중 폐지를 거듭 천명해와서다. 그는 6년 전 초선 교육감 때부터 국제중을 `특권학교`로 규정, 일반중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갈등이 불거진 지난해 국정감사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도 `국제중 폐지`를 강조해왔다.
국제중 측은 이러한 조 교육감의 의중이 이번 평가지표와 기준에도 고스란히 담겼고 이로 인해 `불공정 평가`가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이 있는 경기·부산교육청과 달리 유독 서울시교육청만 5년 전 평가보다 평가지표를 가혹하게 바꿨다는 것.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국제중의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는 5년 전 평가 당시 60점(100점 만점)보다 10점 높아진 70점이다. 기준점수는 경기·부산교육청과 공통으로 설정해 딱히 문제가 없다. 더욱이 등급 간 배점을 조정해 기준점수가 60점일 때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교육청 입장이다. 평가지표의 경우 정량평가는 12개 항목 38점, 정성평가는 11개 48점, 정량+정성 평가는 5개 14점으로 평가자의 임의적 척도가 반영될 수 있는 정성평가에 비중을 더 높게 뒀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제중에게 유리한 항목은 배점이 낮아지고 불리한 항목은 배점이 높아졌다. 먼저 국제중 측에 유리한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의 총점이 기존 15점에서 9점으로 낮아졌다. 경기와 부산교육청은 지난 2015년 평가와 같이 15점을 유지했다. 만족도 조사에서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서울의 국제중은 6점 손해보는 셈이다.
등급별 기준 점수도 가혹해졌다. 서울 국제중은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 중 4.5점 이상을 받아야 해당 지표에서 만점(학생·학부모·교사 각 3점씩 총 9점)을 받을 수 있다. 5년 전 평가에선 4.0이상이면 만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번 평가에서 4.0을 받으면 각 2.1점을 얻는다. 반면 경기·부산은 이번 평가에서도 4.0만 넘으면 만점을 준다. 서울·경기·부산 국제중이 똑같이 만족도 조사에서 4.3점을 받을 경우, 경기·부산 국제중은 총 15점을 얻지만 서울은 6.3점을 받게 된다.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 항목도 국제중 측에 더 불리하게 바뀌었다. 해당 항목은 교육청이 이번 평가 주요 감점 요인으로 꼽은 부분이다. 연간 평균 1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받는데도 정작 학생들에게 돌아간 교육비는 공립중 수준인 1인당 60만원 가량으로 미미했다는 것.
학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5년 평가에서는 1인당 교육비가 50만원 이상일 경우 3점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교육비란 수익자부담 경비를 제외하되 강사 인건비나 목적사업비는 포함한 비용이다. 그러나 이번 평가에서는 인건비와 목적사업비도 제외했다. 그럼에도 교육비는 기존의 2배가 넘는 100만원 이상일 경우 만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교육비의 범주는 더 좁히고 만점 기준은 2배로 높인 것.
경기교육청은 2015년 평가 기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 국제중의 교육비가 1인당 60만원 수준이니, 경기도교육청 평가를 받았으면 만점이지만 서울시교육청 기준으론 최하점인 1.2점에 그친다. 한 국제중 관계자는 “학생의 외국어 의사소통능력 향상과 교육격차 해소 등을 위해 원어민 강사를 추가 채용하고 있는데 이번 평가에서 인건비는 교육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중에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교육청 감사 지적 사항에 따른 감점` 항목이다. 5년 전에는 감사 처분으로 최대 5점이 감점 당했지만 이번엔 10점까지 감점이 가능해졌다. 이는 경기·부산교육청과도 같다. 다만 경기·부산은 교직원에 대한 조치를 건당 감점으로 처리한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인원 수에 따라 추가 감점이 발생하도록 설정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은 개선노력에 대한 정성평가도 추가했다.
평가지표 공개 시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국제중 관계자는 “경기·부산교육청은 평가지표 확정 전 학교 측과 논의를 진행했으나 서울은 학교와 상의 없이 변경 기준을 적용했다”며 “또 평가기간은 2015년부터인데 지난해 12월에야 바뀐 평가지표를 제시한 것도 행정행위에서의 신뢰보호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평가에 조 교육감의 의중이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표 개발과 평가를 맡은 위원의 위촉 과정과 면면 등을 통해 짐작해볼 순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위원 보호를 위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들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지표 개발과 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제중은 향후 청문 절차에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평가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교육부 동의로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학교 측은 교육청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적 대응에 돌입할 계획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국제중 지위는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일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