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6.12.19 16:41:43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의 주류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었음이 정부 공식 통계로 처음 확인됐다. 기록적인 저금리 탓에 전세의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은 영향이다. 특히 월세로 내려앉는 20대 청년층이 급증해 실업난에 주거난을 더한 ‘이중고’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 가구 중 월세 가구 비율이 22.9%로,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전세(15.5%)를 앞질렀다. 직전 조사 때인 2010년까지만 해도 전세가 21.7%로 월세(20.1%)를 소폭 웃돌았지만, 5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이는 역대 최초로 1%대까지 내려간 저금리 영향이 크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예전만 못한데 예금 금리까지 바닥을 치자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 공급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6.6%를 기록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이다. 이 이율이 6.6%라는 것은 시장에서 보증금 1000만원을 월세 5만 5000원으로 환산해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연 2%를 밑도는 시중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집주인이 월세 전환을 통해 세 배 이상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전세 급감, 월세 급증 현상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했다. 실제로 국내 전세 가구 비중은 1995년 29.7%로 정점을 찍고 2005년 22.4%, 지난해에는 15.5%로 쪼그라들었다. 1995년에서 2015년 사이 전체 가구 수는 615만 4000가구(1295만 8000가구→1911만 2000가구) 늘었지만, 전세 가구는 되레 88만 4000가구(384만 5000가구→296만 1000가구)가 사라졌다. 통상 전세 재계약을 하는 2년마다 8만 8400가구꼴로 물량이 증발한 것이다.
반면 월세 가구 비율은 1995년 11.9%로 바닥을 찍고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 12.6%에서 2010년에는 20.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다섯 집 중에 한 집꼴로 월세살이를 하는 본격적인 월세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문제는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20대 이하 청년층 가구에서 특히 뚜렷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가 만 20~29세인 가구의 월세 거주 비율은 60.1%로 5년 전(52.1%)보다 8%포인트 급증했다. 가구주가 만 20세 미만인 가구의 월세 비율도 같은 기간 68.9%에서 74.6%로 5.7%포인트 늘었다.
전체 가구의 월세 거주 비율이 2010년 20.1%에서 2015년 22.9%로 2.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청년층 상당수는 목돈이 없어 전세에서 밀려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가구주가 만 20~29세인 가구의 전세 거주 비율은 28.5%에서 19.8%로 크게 내려앉았다. 이 역시 전체 가구의 전세 점유 비율이 21.7%에서 15.5%로 6.2%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30대 이상 가구주의 월세화 현상은 이보다 훨씬 완만했다. 예를 들어 가구주가 만 30~39세인 가구의 월세 거주 비율은 2010년 24.3%에서 작년 27.5%로 3.2%포인트 소폭 늘었다. 가구주가 만 40~49세인 가구 월세 비율도 3.7%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전세 수요가 내 집 마련 수요로 일부 분산된 영향이다. 지난해 30대와 40대의 자 집 거주 비율은 각각 2.4%포인트, 1.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나이대는 자가율이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대출을 받아 조달한 전세금 상환 부담보다 월세 주거비 부담이 큰 것이 일반적이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