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출액 최소 2조 이상 증가…삼성·현대차 사업 확대 노린다

by이재호 기자
2015.07.23 19:15:02

자동차·가전·합성수지 등 수혜 전망
건설·철강업계도 수요 확대 기대감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인구 8000만명을 보유한 중동 최대의 소비시장 이란이 빗장을 풀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장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지난 2012년 62억6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대(對)이란 수출액은 이후 경제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41억6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내년 초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수출액도 2012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2조원 이상의 시장을 놓고 기업들도 신규 판로를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수출액 기준으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품목들을 살펴보면 어떤 업종이 수혜를 입을 지 예상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 규모가 가장 컸던 품목은 합성수지(4억3400만 달러)였으며 TV(3억9700만 달러),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2억8200만 달러), 냉장고(2억6400만 달러), 평판디스플레이(2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이란 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재와 자동차 기업들이 시장 공략에 우선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홍정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경제제재가 해제돼 이란 경제가 활성화하고 구매력이 증가하면 자동차와 소비재 시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소비재 중에서도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화장품, 가공식품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005380)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관련 기업들도 이란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사업 확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홍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서방과의 교역이 끊기면서 중국산 제품이 이란에 침투했지만 품질에 대한 실망감이 큰 편”이라며 “한국 제품의 경우 프리미엄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관련 수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코트라(KOTRA)가 지난달 말 자동차부품·가전·석유화학 분야의 이란 바이어 26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제재 해제 이후 한국 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다만 교역 확대를 위한 요구사항으로 ‘가격 인하’를 꼽은 응답률이 48%로 가장 높았던 만큼 가격 경쟁력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와 철강업계도 이란발(發) 호황을 누릴 수 있는 후보군이다. 2010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따낸 수주는 한 건도 없지만, 개방 이후 이란 건설시장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시추 및 정제 설비의 현대화와 제조 공장 건설, 주택 건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해외건설협회는 이란 건설시장 규모가 2013년 887억 달러에서 내년에는 1544억 달러로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건설 과정에 필요한 철강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이란산 원유의 수입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 관계자는 “향후 이란산 원유 도입 증량 여부는 경제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원유 수출 제한을 합의안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 관련 제재의 완전 해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이란 경제제재 해제 내용 및 절차와 경쟁기업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사전 준비에 나서야 한다”며 “코트라도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